오십 대가 들어서면서 여자인 나는 남성화되어 가는 것 같고 신랑은 여성스러워지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 있습니다. 결혼 전 처가식구들에게 인사하러 온 날, 거실 한구석에서 다리를 다소곳이 모아 인어공주처럼 앉아있던 신랑. 지금은 결혼 초보다 7kg이 쪘지만 여전히 저보다 날씬한 남자는 꼼꼼하기가 이를 데 없어 가끔 의견충돌이 있곤 합니다. 신혼 초에는 서로 달라 언성을 높이곤 했는데 요즘은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제 안에는 항상 포효하는 괴물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홀로 산책을 하며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보면 꿈틀대는 괴성의 존재는 두려워하는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왠지 모를 공허나 외로움을 느끼는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땐 그냥 괜찮다고 말해주거나 가만히 바라봄으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러다 보면 갈등으로 힘들었던 이도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힘이 생기곤 합니다. 가을이 코 앞까지 오니 날이 좋아 신나 하다가 거둘 것을 생각해 보니 괜히 쓸쓸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