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by 이혜연
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끊임없이 밀려들고 밀려가는

거대한 세상의

지우개가 있다



아주 먼데서부터

깊은 심연으로부터

어제를 지우고

오늘을 펼쳐내는 파도가

쉬지 않고 숨을 내쉬며

모래 위 한숨들을 쓸어내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기획출판할 그림과 글들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연휴가 끝나면 금요일에 출판사분과 만나 1차 회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차례를 정하고 매끄럽지 않은 글들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연휴가 끝나면 10월부터 미술심리상담 교육도 듣고 1인 기업에 대한 강의도 들어야 한다. 조금 많이 바빠질 것 같긴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설렘도 있다.


오늘은 포항 근처 작은 해수욕장에서 아이들과 모래놀이도 하고 초가을 수영도 하며 보냈다. 모래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써 내려가면 먼데서부터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다. 백사장에 포말이 일고 썰물이 되어 빠져나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보드랍게 밟히는 이 모래들도 한때는 거대한 바위였거나 살아있던 조개들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이들을 이곳저곳으로 휩쓸고 데려갔다가 낮은 해안가, 한가로운 해안에 안착시켰으리라. 순간 존재한다는 의미가 뭘까 생각하고 있는데 저 먼 데서 커다란 파도가 내 한가로운 시간을 순식간에 지우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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