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Sep 18. 2022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에

마른 잎들이 속삭이거든 창문을 열어두세요


당신에게 보내는

내 작은 마음을

지나가는  바람결에

띄워봅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걸려든 바람이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당신에게 닿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버릴까 봐


깊고 시린

가을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가을은 하늘이 유난히 높고 깊어 보인다. 그래선지 모든 것들이 조금은 더 자란 듯하고, 조금은 더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을 견뎌냈으니 그만큼 성장했으리라. 또한 채워져 무르익었으니 이제는 떨어져야 할 때가 왔음을 스스로 알아차렸으리라.


산다는 것은 때로 자연의 주기와 많이 닮아있어 보인다.

채우면 비워지고 비워지면 또 담을 것들이 생긴다.

그것들이 인식되면 슬픔도 슬플 일만은 아닌 게 되고 아픔도 그 끝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다만, 스스로 영원히 나만 고통 스러 울 것 같은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만 없다면 비우면 가득 채우는 신의 축복이 누구에게나 날아들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모든 이들이 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계절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시간 누구는 봄날을, 또 다른 누군가는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계절을 깨닫고 다른 이와의 시간을 비교하지 말자.

모두의 때는 각자,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너를 잡고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