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봄은 꽃이 피니까 설레고 여름은 낯선 만남이 있을 것 같아 들뜨고, 가을은 진짜 사랑이 올 것 같아 설레고, 겨울은 포근한 품이 그리워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지금은 봄이 왔나 보다, 피곤하네... 여름 더위에 신랑의 체온이 36.5 도인 게 신경질 나고, 한 것 없는데 가을이 온 것 같아 허무한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겨울이 지나면 또 한 살을 더하게 되게 됐다.
이게 진짜 무신 일이고~~??
그렇게 몇 해를 지나오다 올 해부터 하루 한 장 글그림을 하면서 사계절은 하루하루로 쪼개져 나 혼자만의 미션을 위해 달리고 있다. 신랑 말대로 여느 직장인보다 바쁘고 녹슬어버린 감성과 굳어버린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드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빼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목숨 걸 듯하고 있는 내게 나 스스로 질문도 수없이 해댔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아직 명확한 답을 내게 해주진 못하고 있다.
그저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언어로 일상을 기록하는걸 지금, 하고 싶었을 뿐이다.
드라마 스물하나스물다섯에 나왔던 대사처럼 "몰라, 그냥 나는 화를 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백희도처럼 나도 지금 "그림과 글을 쓰고 싶었어."라는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