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날이 어찌나 예쁘던지 이 좋은 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만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 집 근처 올림픽공원으로 갔어요. 거기 정말 눈이 부신 파랑이 열심히 나무들의 녹색을 벗겨내고 있더라고요. 속옷이 드러나듯 초록에 갇혀있던 빨강, 노랑들이 배시시 나오고 있었어요.
준비해 간 음료수와 과자를 먹고 연년생 아들들과 함께 하는 술래잡기의 늪을 겨우 빠져나온 후, 커피 한잔.
이건 단순히 그저 그런 커피가 아닙니다.
보약과도 같고 자양강장제와도 같은 커피를 마신 후 아이들과 미술관으로 출발.
소마미술관에 가서이만익 작가님의 "별을 그리는 마음"전을 보는데... 역시 아들 둘은 딴짓하기 바쁘더라고요. 그 와중에 미운 7살은 첫 번째 사춘기가 도래하셨는지 그림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추임새처럼 꼭 "똥"을 넣어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혼자 오고 싶었으나 그래도 보는 게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미술관 투어를 마쳤습니다.
그림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엄마와 함께 한 가을 한낮을 기억하겠지요? 어린이집을 빠지고 함께 놀러 갔던 건 추억으로 남겠지요? 이제 막 녹색 노동자의 옷을 벗으려 하는 색색의 나뭇잎들이 서성이던 그 가을을 가슴에 새기겠죠?
내게 아이들과 함께 한 가을이 햇살처럼 따스한 노랑으로 남듯이 아들들도 저마다의 색깔로 어제 함께 한 짧은 소풍을 기억해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