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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23. 2022

나랏말싸미

귀 기울여 듣다

나랏말싸미


너에게 가는 말은

항상

바쁘다


귀로 들어온 말은

가슴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입으로 달려 나가

네가 전하려는 말을

앞지르고야 만다


너에게

조금 더 낮게

몸을 기울여

듣고 싶다


매번 지나쳐버리는

우리의 대화를

가을, 고요히 노래하는

풀벌레 소리의 이야기를 듣듯

그렇게 붙잡아 두고 싶다




하늘이 저렇게 높았구나.

커피 한잔 들고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뜨거웠던 것이 순식간에 식곤 한다.

가을, 가을이 왔다.


오늘은 아이들과 롯데타워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집에서 석촌호수를 끼고 조금만 걸으면 되니 아이들과 산책 겸 걸어서 다녀오는데 큰 아이가 질문 공세를 펼쳤다.


"엄마, 왜 아이를 낳으면 바로 이름을 지어줘?"


아!! 오늘도 어려운 질문이다.

왜 사람들은 존재를 규정할 때 거기에 이름을 붙이는 걸까.

사과는 누군가 사과라고 이름 짓는 순간 사과 안에서만 존재한다. 맛있는, 상큼한, 빨간, 독이 든 같은 다른 들은 사과를 중심으로 부차적인 설명이 될 수밖에 없다. 사과로 명명된 이상 사과라는 본질은 모두의 약속이 되어 변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불러준다는 것이 사실은 그가 현생에 존재하게 되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러므로, 그 또는 그녀를 부를 때 우리는 진심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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