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즐거움

by 이혜연
고독한 즐거움


'성공하고 싶다면 , 먼저 포기하지 않는 멘탈의 소유자임을 입증하라.'


가끔 정말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아무 생각도 안나고 의지도 안 생긴다. 대체 무얼 위해 이렇게 매일 머리를 싸메는 것인지 스스로 한탄스럽기도 하다.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등 뒤에 무언가를 지고 가는 느낌이 들면서 발걸음도 느려지고 온 몸에 긴장이 잔뜩 들어간다. 할 일을 쌓아두고 빈둥거리다가 시간에 쫒기게 되면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 후회하는 바보같은 패턴을 일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선택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아무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은 세상에 없다.

하루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면서 가끔 너무 무리한 일을 계획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하기도 한다. 어쩌자고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고 단언했을까 하는 원망도 한다. 그림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의 선택을 향한 원망, 그리고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을 매번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품으며 2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왔다. 몇달째 지속되고 있는 슬럼프를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어선지 버티는 게 힘이 들때가 많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을 좀 가볍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지날 때, 버스 정류장 광고를 볼때도 그곳의 디자인들을 보게 되고 홍보포스터의 그림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떻게 그렸고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혼자 상상하고 유추해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아직은 포기하기에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이 여러날이었지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한걸음씩,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꾸준히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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