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by 이혜연
내 이름은 빨강


십여 년 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었을 때 화자가 여럿인 책이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터키의 그림과 문학을 통한 글의 전개라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그런데도 일하다가 잠깐, 길을 걷다가도 번뜩 그 책의 장면과 각자의 사연에 의한 당위성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터키는 아직도 잘 모른다. 어느 해에는 유행처럼 터키 여행이 대중화되어서 열기구를 타는 사진이나 오래된 차를 색색으로 꾸미고 도시를 헤매는 택시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전혀 모른다는 편이 좋을 정도로 이해가 깊지 않다. 그 책에서 기억이 남는 건 색깔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색은 빛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럼 빛이 자신을 표현한 언어가 색깔인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꼬리를 물다 나는 무슨 색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황색의 따뜻함을 좋아하니 나는 주황이라고 해야 하나?

푸른 생기를 늘 꿈꾸니 나는 초록인가?

그러다 언제나 따뜻한 불씨를 지키는 '나는 빨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이제 막 피어오르는 작은 불씨를 가진 나는 그 불씨의 온기로 하루를 운행시키고 있다.

나의 빨강은 강렬하지 않지만 주위를 따뜻하게 온기로 감싸고 있다. 아직 작은 불씨이기에 자주 돌봐줘야 하고 얕은 한숨에도 불꽃이 휘청휘청하지만 오늘이라는 장작을 하루하루 먹여가며 불꽃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내 빨강이 오르한 파묵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청량한 빨강'이에요라고 말할 것 같다. 투명하고 시원한 그러면서 온기를 잃지 않는 빨강이 나의 빨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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