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려는 너에게

by 이혜연
날아오르려는 너에게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둘째도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지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상과 욕심이 많은 반면 행동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수가 많은 편인 탓에 내심 우려하는 마음이 컸던 아이였지요. 왼손잡이라서 ㄷ자를 항상 반대로 쓰고 가위질도 서투른 초등 1학년. 글씨가 배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진짜 하고 싶을 때 하자고 약속했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저도 마냥 놀이터에서 놀렸는데 학교에 들어가 보니 자신보다 월등한 아이들 틈에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학기 초에 자기도 글씨를 잘 쓰고 싶다고 해서 그때부터 하루에 한 장씩 매일 글자 쓰기를 연습했습니다. 종이접기를 할 때 소근육도 약하고 관찰하는 것도 조금 익숙지 않아 포기하길 여러 번이었죠. 그런데 역시 학교를 다니면서 욕심이 생겼는지 요즘은 종이접기 동영상을 보며 열심히 이것저것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이 학교에서도 성과를 보이는지 오늘 1학기 학부모 상담시간에 담임선생님은 학교에서 쓰는 글자연습책을 보여주면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두 아이를 낳았지만 전혀 성향이 다른 아이들. 각자의 기질에 맞게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모자라고 어느 부분에서는 아직 미숙한 면들을 보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성장한 저도 완벽한 인간이 되지 못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쩔쩔매며 실수도 하고 좌절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엄마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응원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음을 순간순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우울증이라든지 ADHD에 심각성을 이야기하는데 오늘 친구와 전화통화 하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조카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으니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 텃밭을 가꾸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 같은 땅에 내려진다고 해도 그 씨앗들의 생태대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며 거름을 주거나 물을 주는 시기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두 아이다 부모의 다양한 부분 중에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되어서인지 성격도 성향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며 기다리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뜨거운 햇살에도 녹지 않고 폭풍우 치는 날도 쓰러지지 않으며 자기가 뻗을 수 있는 가지를 모두 펼쳐 열매를 맺는 날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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