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노래하라

by 이혜연
생을 노래하라

요즘 텃밭에 자주 가다 보니 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 정확히는 그 땅에 심을 작물과 땅의 상태에 따라 바뀌는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어제 도서관에서 오태광 작가님의 '보이지 않는 지구의 주인 미생물'을 읽게 되었다. 지구의 주인이 당연히 인간이라는 생각에 수없이 많은 것들을 인간의 잣대로 재단하고 파괴해서 다양한 환경변화와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요즘 사실 인간보다 더 많은 숫자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만 해도 인간의 세포가 대략 60조 개 정도라면 사람 몸속에 사는 미생물의 수는 대략 120~500조라고 하니 내 몸의 주인도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보이지 않는 지배자 같은 느낌도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미생물이 화학 물질을 동시에 분비하는 화학적 언어로 서로 소통한다는 것, 개미가 자신들의 버섯을 키울 때 개미 몸 자체적으로 방선균이라는 항생물질을 분비한다는 것들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인간이 항생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내성을 가진 병원성 미생물이 발생하는 것과 다르게 개미는 내성을 극복한 병원균을 죽이도록 새로운 항생제를 만드는 미생물을 선발하여 사용한다니 내 발에 밟힌다고 하찮게 봤던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지구의 주인 미생물 중에서


무엇보다 미생물은 먹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자라면서 철새의 군무처럼 집단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 자취를 아름다운 예술작품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미생물이 자라면서 그리는 다양한 그림

미생물들은 자신의 살아온 행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산다. 먹을 것이 많을 때, 혹은 적을 때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모든 순간들이 모여 자신만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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