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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by 이혜연
선물


나에게 있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선물은 두 아이들이다. 아이가 생기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내 단점이 불러오는 파문의 여파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자다 깨어 고르게 쉬는 숨소리 하나에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한지 8해, 9해가 지나가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 나이에 맞는 경제 활동표를 만들어 주었었다. 항목은 자라면서 그 내용이 첨삭되고 있지만 동그라미 하나에 백 원이라는 금액은 아직 인플레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3년째 여전히 그 가격이다. 돈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는 동그라미의 의미는 칭찬을 받는 것에 더 무게를 두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부터는 이제 돈의 개념이 강해졌다.


목표지향적인 성격이 강한 첫째는 작년에 자신이 활동한 만큼 적금을 해서 외삼촌과 고모 생일 선물을 해줘서 어른들의 칭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걸 본 둘째도 이번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제 활동을 했다. 이제 나는 집에서 빨래를 정리하지 않는다. 두 아들이 서로 자기가 빨래를 정리하겠다고 서로 다투기 때문이다. 아플 때는 곧잘 설거지도 하고 일기나 독서기록장도 자주 쓴다. 피곤한 날은 서로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경쟁을 벌이고 청소할 때 방정리는 이제 선수급이 되었다. 그렇게 백 원씩, 천 원씩 모으더니 음력생일이 다가오는 내게 두 아이가 선물을 해주었다. 둘째는 돈을 모은 게 많이 없어서 다이소에서 장갑을 사줬고 첫째는 벌써 오만 원이 넘게 모아서 이번 생일에 머리핀을 선물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아이들의 다리를 마사지해주는데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커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조금 아쉬운 느낌도 가끔씩 든다. 하지만 많이 아프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하루하루 웃음 많은 날들을 살아줘서 두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오십이 넘은 생일은 닳고 닳아버려 별 기대가 없었지만 두 아이가 주는 기쁨은 더 커졌다. 앞으로 아이들의 인생에 엄마인 내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나를 가꾸고 모난 부분은 둥글게 연마해 가는 날들을 살아가고 싶다.




둘째의 선물
첫째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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