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침묵이 세상의 번잡한 소음을 토닥이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겨우내 마른 팔로 벌벌 떨던 나무들은 하얀 솜 옷에 낯빛이 환해지고 하얀 길 위로 겨울이 걷는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울려 퍼진다.
아이들과 오래간만에 캐리비언 베이를 방문했는데 함박눈이 쏟아졌다. 따뜻한 물속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모습과 하얀 눈송이들의 군무가 새삼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겨울 왕국 한 복판에서 눈꽃이 추는 춤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것이다. 올 해는 눈이 유난히 적다고 생각했는데 설을 앞두고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예전에 설에 눈이 많이 오면 그해 농사는 풍년이 된다고 했는데 어려운 요즘, 새로 시작되는 2025년에는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이 내리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