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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하루

by 이혜연
느린 하루

암막커튼으로 밤을 꼭꼭 싸매고

일어나라고 앵앵거리던 휴대전화를 꺼놓았다

해가 솟았으나

창을 뚫지 못했고

늦은 잠이 어제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어쩐지 살짝 속이 허하지만

따스한 등딱지가 식을까

이불밖으로 몸을 내밀지 못한다

아이들의 체온이

옆에 누운 신랑의 온기가

화로처럼 은은하게 겨울을 데운다

이렇게 평화로운 따스함을 두고

감히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조막만한 손을 가만히 잡아보다가

오동통통

포근포근한 손가락을 살짝 건드려보다가

배고픔도 잊고 잔뜩 행복에 겨워

다시 눈을 감는다

토요일이다

느리게 시작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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