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씨의 보물

뼈다귀와 지렁이 사체

by 알로

우리 동네에 사는 달수씨와 친구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두 개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릎뼈 조각이었습니다. 보통 관절 이미지를 보면 한쪽 뼈가 둥글게 되어 있잖아요. 그것은 그 동그란 부분 바로 뒤로 짧게 절단된 뼈였는데 강아지들이 입을 크게 벌리기만 하면 거뜬히 물고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정문 바로 옆 화단에 그 뼈가 버려져 있었는데 항상 거기만 가면 달수씨가 냄새를 맡고 그 뼈를 찾아내 집에 가져가려고 했고 그러면 저는 달수씨를 흔들어 그 뼈다귀를 떨어뜨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아시겠지만 그런 때에 강아지에게 손을 잘못 뻗으면 달수씨가 그 뼈다귀 대신 갓 절단되어 피가 뚝뚝 흐르는 내 손가락뼈를 물고 집에 가는 불상사가 생기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그것을 빼내고 빠르게 도망쳐야 합니다.

그 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는 할까? 이미 그 뼈는 살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심지어는 너무 깨끗하게 닳아서 달수씨 입 안에서 이빨과 부딪쳤을 때 딸랑딸랑 맑은 소리가 났습니다. 그 뼈다귀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보았을 때 많은 강아지들이 물고 다니다가 주인과의 사투 끝에 안타깝게 놓쳐버린 것이라는 짐작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오히려 다양한 종류의 개 침냄새가 더욱 진하게 배어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가 뼈다귀가 놓인 그 지점을 지날 때에는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것을 치우지 않았을까요?


아마 개와 싸워서 뼈다귀를 가까스로 빼낸 다음 다시 그것을 주워 멀리 갖다버릴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개가 보호자와 싸우다가 그것을 더욱 단단하게 고쳐 무는 순간 현란한 손목 스냅 기술을 사용하여 개끈을 당기고, 그 바람에 놓친 뼈다귀를 개가 다급하게 다시 물려고 할 때 개줄을 잡고 재빼르게 줄행랑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일종의 사탕 같은 게 아닐까? 한참이나 그곳에 머물면서 개들의 입속에서 딸랑딸랑 소리를 내던 보물 뼈다귀는 며칠 뒤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마 어떤 용기 있는 의인이 나타나서 멀리 치워버렸을 겁니다.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네,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입니다.


동네 강아지들의 두 번째 보물은 마른 지렁이 사체였습니다. 그냥 지렁이 사체는 안 됩니다. 강아지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보물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첫째는 종이처럼 아주 납작한 형태로 바짝 마른 것이어야 하며 두 번째는 끄트머리가 동그랗게 말려있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어떤 특별한 냄새를 풍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냄새냐고요? 모릅니다. 아무리 제가 한가하고 호기심이 많다고 해도 차마 개들 사이에 섞여서 바닥에 코를 대고 그 냄새를 맡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강아지 놀이터에서 강아지들의 소중한 보물 지렁이 사체가 발견이 되면 개들이 그 주위로 모여듭니다. 첫 번째로 그것을 발견한 개가 흙바닥에 놓인 그것에 주둥이와 머리를 비빈 후 앞구르기를 합니다. 개에 따라서는 벌렁 누워서 등을 비비는 녀석도 있습니다. 보호자분이 나타나서 흙강아지가 된 모습을 보고 괴성을 지르면서 개를 데려갑니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다음 강아지가 지렁이 사체에 머리를 비빕니다. 그리고 앞구르기를 합니다. 다시 괴성... 이렇게 무한히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놀이터에 비치된 집게로 그 보물을 멀리 내다버리는 분이 나타납니다. 저는 우리 강아지 순서가 끝나고 그 분이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가끔은 놀이터의 그네 순서처럼 오래오래 초조하게 기다려서 간신히 달수씨 차례가 되었는데 지렁이 사체를 갖다 버리시는 경우가 생겨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네, 우리 동네 강아지들의 보물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보니 대단히 비위생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가족들이 달수씨에게 뽀뽀를 하고 끌어안고 누울 때에 저는 멀찍이서 흐흐흐 비열하고 컴컴한 미소를 띄고 있는 이유입니다. 또한 가끔 소파에 누워있을 때 무뚝뚝한 달수씨가 (이건 아주 드문 일인데) 혀를 날름거리며 뽀뽀를 해주면 (짧은 순간이나마) 펄쩍 뛰면서 달수씨를 밀어내야할까 저를 고민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뭐 결국 감격해서 개를 끌어안고 눈물을 훔치기는 하지만요...


보물을 발견하고 좋아서 그 위에서 굴러보는 달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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