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패 부리는 사춘기 중학생 아들
아침에 고등어를 좀 구웠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고등어인데 생물이라 상하니까 빨리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우리는 생선을 다 싫어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 모여있을 때 한 조각씩 강제로 할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온 집안에 비린내가 가득 찼습니다.
다들 늦잠을 자고 싶어해서 그동안 단호박을 좀 찌고 생선을 굽고 샐러드도 만들고 밥도 하느라 바빴습니다. 단호박이 맛있게 잘 익어서 달수씨랑 고슴도치에게 좀 나누어주었습니다. 달수씨가 고등어도 먹고 싶어 해서 그것도 약간 주었습니다.
밀린 빨래를 하고 고슴도치 집을 청소하느라 바쁜 와중에 바닥에 카레 같은 것이 길게 묻어 있었습니다. 달수씨가 단호박과 고등어를 잘 섞어서 토해놓았더군요. 그걸 치우고 아침 농구 수업을 가야하는 작은애를 깨웠습니다.
작은애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서 밥과 차려주고 (역시 생선은 안 먹었습니다.) 씻는 동안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으려던 참입니다. 작은애가 농구 유니폼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습니다.
응, 그거 지금 빨았는데... 오늘은 딴 거 입고 그냥 가.
작은애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소파에 얼굴을 묻고 울고불고 하면서 엄마는 그것도 안 빨고 뭐했냐 자기 휴일을 망쳤다고 광분하여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건조기에 그것만 빨리 말려주겠다고 말하고 건조기 소량급속을 눌렀습니다. 자다 일어난 남편이 아이를 부드럽게 달래면서 장난으로 그 위에 눕더니 왜 이렇게 화가 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힘이 항우장사인 멧돼지 같은 그놈이 남편을 바닥으로 떼굴 굴려버렸습니다. 남편 얼굴이 굳어지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시험 기간을 앞두고 어제 새벽 4시까지 친구랑 전화하고 유튜브를 보느라고 수면이 부족했던 큰아이는 조용히 하지 않으면 뒤질 줄 알라고 진심을 담아 동생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야, 이것 봐라. 벌써 다 말랐다.
건조기에서 유니폼을 꺼내 작은아이에게 들이밀었습니다.
축축하잖아!!!
작은애가 돌고래처럼 고주파 음역대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맞습니다. 축축합니다. 이젠 안 속네요.
엄마가 내 휴일을 망친 거라고 얼굴이 빨개져서 울고불고 발버둥을 치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불까지 가져와서 뒤집어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울었습니다. 아무리 사과를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농구티를 재빠르게 건조기에 돌리고 말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오늘은 셔틀을 안 타겠다 아빠가 태워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방에 들어가서 삐친 남편을 대승적 차원에서 한 번만 양보해달라고 설득하고 큰아이를 방에 들여보낸 후 작은애를 달랬습니다.
안 일어납니다.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농구를 안 가면 오늘 하루 종일 저를 이렇게 들들 볶을 것이 뻔합니다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살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이거 꺼내는 거 아주 싫어합니다. 자괴감이 엄습하기 때문이지요. 상처뿐인 영광이랄까요.
저는 돌아서서 ‘으으으으으’ 단전에 힘을 모은 다음에 ‘야이, 새*야, 빨리 꺼져.’ 같은 욕을 속사포같이 퍼부으면서 흡사 미친 사람처럼 눈을 홉뜨고 아이를 두들겨 패면서 일으켜 세우고 정신없이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다시 누우려는 아이를 발로 차고 등짝을 후려친 후 그 녀석의 곰발을 잡아서 양말을 신기고 (발이 280이라 힘들었습니다.) 다시 소파로 기어가는 아이를 두 팔로 잡아서 거실로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남편이 재빠르게 뛰어가서 옷을 갈아입었고, 엄마의 필살기가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챈 작은아이가 마지막 앙탈을 부리는 것을 잡아다가 현관문 밖으로 밀어서 내쫓았습니다. 남편이 농구티셔츠와 농구화를 들고 따라서 뛰어나갔습니다.
문이 쾅 닫히고 큰아이가 평화로운 표정으로 돌아누웠습니다. 저는 남은 샐러드를 먹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셨습니다.
아휴, 꼴통 새*! 쟤는 왜 저래요?
큰아이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큰아이를 잠시 쳐다본 다음 ‘할많하않’이라는 말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속으로 혼자 불평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