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씨의 행복한 시간

개똥을 기다리며 (더러움 주의)

by 알로

며칠이나 여기에 오지 못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대단히 바빴거든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더러워요.


달수씨는 치즈를 참 좋아합니다. 어떤 간식보다도 좋아하는데 특히 낱개 포장된 체다치즈 같은 경우는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 세웠다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옵니다.


달수씨는 수각류 공룡은 아니지만 이족보행이 가능하고 앞다리를 사용하여 식탁에 있는 음식을 쳐서 바닥에 떨어뜨린 후 훔쳐 먹을 줄 아는 못된 개입니다. 그날도 치즈를 꺼내서 반을 잘라서 달수씨와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나머지 반 장의 치즈를 식탁에 놓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달수씨는 그것을 잊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상반신을 식탁에 걸쳐두고 한 팔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끌어당겨 치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던 것입니다. 제가 빼앗을 순간도 없이 달수씨는 비닐째 우적우적 그것을 먹어치웠습니다.


아니야!!!


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아닙니다. 약간의 비닐 조각이 바닥에 남아있었는데 그건 분명히 달수씨가 앞다리로 누르고 있던 그 부분이었습니다.


2시간 내에 병원에 가면 내시경을 통해 꺼낼 수 있다고 했는데 얘가 스스로 토하지는 않을까 기다리는 동안 매정한 시간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개똥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비닐이 장에 걸려 개복 수술을 하거나.


저는 싱겁게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 강아지에게 먹였습니다. 달수씨는 너무 기뻐하면서 후루룩거리면서 미역국을 핥아먹었습니다.


저는 미역국을 먹는 달수씨 옆에서 두 손으로 크게 에스자를 그리면서 “미끌미끌한 미역국을 실컷 먹고 부드럽~게, 부드럽~게 (비닐을) 똥으로 싸거라”라는 주문을 큰소리로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식탁에서 미역국을 먹던 둘째가 인상을 쓰면서 지금 자기 밥 먹는 거 안 보이냐고 물어서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똥을 누기 위해 혹한의 날씨에도 세 번씩 산책을 하였습니다. 제 볼이 빨갛게 얼고 달수씨의 귀가 바람에 펄럭거렸습니다. 매번 응가를 할 때마다 배변봉투를 사이에 두고 손가락으로 비닐조각이 없는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추운 날씨에 네다섯 시간씩 산책을 하고 우리는 함께 쓰러지듯 잠을 잤습니다. 죄책감과 걱정이 마음을 짓눌러서 꿈자리도 뒤숭숭하더군요.


이틀째 되던 날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미역국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집 안에 있는 고구마를 찾아서 먹이기로 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고구마를 새로 주문하는 것을 깜빡하여 썩어가는 것과 크기가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것 몇 개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잘라내고 깨끗하게 손질하여 푹푹 삶았습니다.


달수씨, 고구마 먹자.


둘째가 식탁에 와서 먼저 앉았습니다.


너도 먹게?


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고구마를 공평하게 반으로 나누어 접시에 담아주고 달수씨가 따뜻한 그것을 쩝쩝거리며 먹는 동안 저는 양팔로 에스자를 크게 그리면서 "고구마를 많이 먹고 부드럽~게, 부드럽~게 (비닐) 똥을 싸거라"라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둘째가 인상을 쓰더니 자기 고구마 다 먹고 그거 하면 안 되냐고 물어서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마트에 가서 고구마를 잔뜩 사다가 삶고 또 삶았습니다.


달수씨는 삶은 고구마를 참 좋아하는데 그동안 체중 조절을 하느라고 많이 주지 않았거든요.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는 듯이 달수씨는 즐겁게 고구마를 먹었고 심지어는 고구마가 남아서 자기 캔넬에 옆 커튼 뒤에 숨겨 두기도 했습니다.


달수씨와 저는 소고기 미역국과 삶은 고구마를 잔뜩 먹고 꽁꽁 얼어붙은 개천을 보면서 용맹하게 걷고 또 걸었습니다. 달수씨가 변의를 느끼고 땅바닥의 냄새를 맡으면서 한 자리에 뱅뱅 돌면 혹시 이번에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는 날이 며칠째 이어졌습니다. 강아지 엉덩이만 보면서 걷는 일이 너무 힘들고 결국 개복 수술로 가야 되는 건가 울고 싶어 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굴다리 밑을 지나가던 달수씨가 자갈밭 위를 맴맴 돌더니 마침내 비닐을 몸 밖으로 배출하였습니다. 꼬깃꼬깃한 비닐은 샛노랗게 변해 있었고 안에 치즈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나왔다! 나왔어!!


저는 너무 기뻐서 똥색의 누런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크게 외쳤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공장에 초대한다는 금딱지를 발견한 사람보다 제가 더 기뻤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온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달수씨는 왜 이제는 고구마를 하나밖에 안 주는지 의아해하면서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못된 개가 너무 좋아서 저는 조용히 혼자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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