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다 꿰매진 오늘 위에서

작은 꿰맴 속에 남은 기적

by 운조


수술대 위에서 잃었던 감각이, 바늘을 다시 잡는 순간 돌아왔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풀린 단추 하나, 해어진 자락 하나를 꿰매며 살아왔다.

삶은 거대한 완성이 아니라, 작은 꿰맴의 반복이었다.

그 반복이 모여 결국 기적이 되었고, 그 기적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뇌동맥 파열로 쓰러진 날로부터 어느덧 5년.

나는 바늘과 실을 쥔 채, 풀리고 흩어진 삶을 다시 잇는 연습을 해왔다.

단추 하나를 달며, 해진 바지 밑단을 고치며, 마음속 매듭도 함께 다잡았다.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알았다.

삶은 한 번에 완성되는 거대한 그림이 아니라, 수없이 작은 땀과 발자국이 모여 이어진다는 것을.


오늘, 원고를 마무리하려는 순간—로키가 마당으로 걸어 들어왔다.

호박빛 눈동자가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다.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러 온 듯, 내 앞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조용히 누웠다.

나는 바늘을 들고 앉아 그 작은 발자국을 오래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일지 모른다.

로키의 발자국이 잔디 위에 찍히듯, 나의 바느질도 누군가의 하루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삶은 여전히 풀리고, 흩어지고, 다시 꿰매진다.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내게는 기적이었다.

오늘도 나는 바늘을 든다.

어제와 내일을 잇는 이 작은 손끝의 숨결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나는 여전히 꿰매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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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인사


이 연재의 첫 문장은 차가운 병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손끝의 감각을 잃은 채, 다시 바늘을 잡을 수 있을까 두려워하던 그 순간.

그러나 오늘, 마지막 장을 덮는 지금,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작은 꿰맴이 모여 기적이 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제 글을 따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시간 속에 제 바늘땀이 닿아, 잠시라도 위로와 공감으로 이어졌기를 바랍니다.


삶의 옷자락은 언제든 풀리고 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꿰맬 수 있습니다.

그 단순한 반복이, 우리 모두의 하루를 지탱하는 기적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저는 바늘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찾아올 때, 바늘 끝에서 이어지는 실처럼,

저의 글도 여러분 곁으로 다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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