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때로, 우리가 준비하지 않은 땅에서 자라납니다
올해도 텃밭에 씨를 뿌렸다.
상추, 쑥갓.
흙을 고르고, 물을 주고, 거름도 섞었다.
봄을 맞아 부지런히 손을 놀린 내 마음이 그 흙 위에 얹혀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싹이 났다.
씨들이 서로 뭉쳐 콩나물시루처럼 올라온다.
그 생명이 기특하고, 또 고맙다.
마치 봄이 내 안에도 돋아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년 가을, 수확하고 남은 상추 씨 몇 알이
자갈 많은 밭 귀퉁이에 떨어졌던 걸 나는 잊고 있었다.
그곳엔 물도 적고, 거름도 없었다.
그저 버려진 땅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거기서 상추가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다.
심지도 않았고, 챙기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자리에서.
오히려 거름 준 텃밭보다 더 또렷한 잎을 피우며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왜 그럴까.
왜 거기는 그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걸까.
그 물음 앞에 나는 오래 멈춰 섰다.
그리고 문득,
사람도 그렇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애써 준비하고, 노력하고, 마음 다해 심은 곳에서는
생명이 쉽게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반면 무심코 흘러간 자리에선,
내가 잊고 있었던 씨앗 하나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뿌리를 내려
다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주 자갈밭을 피해간다.
거름기 없고, 메마른 땅이라고 생각해서.
그곳은 소망을 심기엔 너무 거칠다고.
하지만 어쩌면,
상추가 거기에서 더 잘 자라는 이유는
그곳이 자기만의 시간과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땅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손길이 없었기에, 스스로 자리를 찾아낸 생명.
도움 없이도, 기대 없이도
햇살을 믿고 일어난 싹.
나는 오늘, 자갈밭 앞에서 겸손해진다.
삶의 어디에서 생명이 돋아날지
우리는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심지 않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들에
더 많이 눈을 맞추기로 한다.
그렇게 봄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