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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쓰J Mar 15. 2022

맨 정신에는 못 낼 ‘죽을 용기’

반바지처럼 짧은 인생, 잘 살아봅시다.

<커버 이미지-홍콩의 한 의류 매장 쇼윈도>

‘Life is short(인생은 짧다)’를 활용한 ‘Life is shorts(인생은 반바지다)’라는 문구에 웃었다. 색색별로 걸린 반바지들과 마네킹 대신 DJ가 서서 직접 음악을 틀어주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엊그제 찍은 사진 같은데 벌써 9년 전이다. 시간은 쏜살같고, 인생은 정말로 반바지처럼 짧다.





죽을 용기,라는 말


살아오며 내가 늘 그랬듯, 뉴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입을 모아 말하곤 한다.


“아이고 참, 저 죽을 용기로 살 것이지!”


간혹 가족과 동반 자살한 뉴스에 대한 탄식은 더욱 커진다.


“아니, 애들이(혹은 늙은 부모가) 무슨 죄라고!”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쳐 아파 본 후로는 그런 뉴스들 앞에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런데 그 사람, 절대 맨 정신에 자살한 건 아닐 거야.’



나는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긍정의 힘을 많이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자살사건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죽음으로 달려가는 공포’와 ‘원래의 나와 전혀 다른 상태’를 경험한 후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절대로 보통 사람이 맨 정신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누구라도 우리가 말하는 ‘죽을 용기’가 넘쳐 자살을 하는 게 아닐 거란 얘기다.





자살은 분명 사고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결국 병원에 가야 하게 되었을 즈음, 스스로도 가족들도 너무나 생경한 내 모습에 놀랐다. 어느 틈에 온데간데없이 변해버린 낯선 내가, 원래의 나를 밀어내며 내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온통 괴로움뿐인 삶이 된 기분 앞에 떠오르는 선택지는 오직 그 괴로움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이 하나의 생각에 매몰되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런 상태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조언은 물론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도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리 마음을 끌어올리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좌절감과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배로 커져갔다.


하지만, 정말 죽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뿐일 때에도 진짜 ‘죽을 짓(!)‘을 직접 시도하는 것에 이르지는 않았다. 괴로워 못 살겠는데, 그렇다고 스스로 세상을 떠날 마음은 도저히 못, 아니 안 먹어졌다. 그러면서 ‘아이고 못 살겠어, 죽겠어!’한다고 정말 스스로 죽지는 못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적으로 자살은 산 사람이 맨 정신에 쉬이 못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컨데 마음이 길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지경이 되었어도 절대 섣불리 못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살 자신’이 없어져도 ‘죽을 자신’이 더 커지지는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미 인간의 강한 생존본능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고장이 났고, 마음이 아픈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그렇게 아프게 되고 터널시야를 가진 채, 고통스럽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려 술을 진탕 마시거나 약물에 손을 댄 후 ‘충동적으로’ 사고를 저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짧은 인생, 길게 살자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해하는 것은 타살이든 자살이든 이성을 완전히 잃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마음이 심히 고장 나기 전에, 이성을 잃을 지경으로 병이 깊어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 스스로나 주변 사람들이나 혹시라도 마음건강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을 감지했다면, 나서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심리상담이든, 전문의와의 면담이든 우선 상태를 파악하고 위태로운 상태로부터 격리되는 것이 필요하다.


괴롭다고 술을 마시거나 은둔하듯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홀로 견디는 것은 위험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것일 뿐이다. 나의 경우 모든 의욕이 사라지며 커피나 술 같은 기호식품까지 딱 끊었었고, 불행 중 다행으로 가족들이 아직 손 쓸 수 있을만할 때 위험신호를 알아챘다. 그래서 나를 혼자 두지 않고 돌아가며 보초를 서듯 곁을 지키며 치료를 권유했던 것이 나를 살렸다.


어느 누구라도 마음이 많이 아파져 ‘죽을 용기’를 부리기 전에 항상 잘 살피고 챙기면 좋겠다. 스스로의 마음을 보살피고, 내 옆의 마음들도 함께 보듬으며 연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 쉽게 죽지 않는 게 맞다. 나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안 죽고 살아있다. 진짜 그런 줄 알았으니 기왕 사는 거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나.


어쩌면 인생은 수년 전 내가 본 쇼윈도 안의 반바지처럼 참 짧은 것 같다. 안 그래도 짧은 바지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짧아지는 기분이다.

그러니  반바지처럼 짧은 인생, 우리 모두 함께 - 길게 살면 좋겠다.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잘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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