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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Jan 23. 2023

설 연휴 = 잠+공부+일

누가 연휴 좀 더 안주나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내려갔다. 대국민 티켓팅이라는 설 ktx 예매에 성공하고 꼬박 기다려온 연휴였다. 나는 이미 내게 할당된 휴가를 다 써버렸는데. 겨울에만 있는 추가 휴가 이벤트라니. 개꿀이다! 가능한 한 제일 일찍 내려가서 제일 늦게 상경하는 기차표를 끊어 놓았다. 집 내려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잘 생각으로 엉덩이가 들썩였다.


휴가는 항상 타이밍 좋게 오곤 했다. 나는 또 혓바늘이 두어 개 난 채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혓바늘은 피곤할 때 나의 디폴트값으로 존재한다.)

엄마가 저녁 늦게 기차역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엄마는 그 시간에 주무실 시각이었는데 택시는 위험하니 굳이 굳이 다 큰 딸을 몸소 데리러 온 것이었다.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밝게 엄마를 맞이했지만 사실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이건 다 내가 스케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나는 연휴 동안 토익 시험 준비, 미팅 준비, 그리고 학회 초록 준비까지 해야 했다. 학회 초록 준비는 기한이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해도 토익 시험과 미팅은 무조건 준비해야 했다. 심지어 내가 주도해야 하는 미팅은 연휴 다음 날 아침에 있었다.


지난주에 지도교수님께서 "미팅이 연휴 바로 다음에 있는데 괜찮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하하. 어쩔 수 없지요. 지금 열심히 해야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미팅을 준비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여유 있는 척했던 그 입을 때려주고 싶다.


지난주의 내가 어느 정도 준비해 놨으면 내가 연휴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결국 손도 못 댄 채로 노트북과 논문들을 바리바리 싸서 고향으로 왔다. 프린트해 놓은 논문들이 너무 새 거 같다. 미팅이 벌써부터 어설프게 흘러갈 것 같은 예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나는 잠은 자야 했다. 시간만 있으면 신생아처럼 잠을 잤다. 연휴의 반을 자는 데 보냈다. 너무 자서 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 인사도 못했다.

우습게도 이만큼 잠을 잤는데도 입 안 혓바늘이 없어지지를 않았다. 독한 것. 이쯤 하면 없어질 만도 한데! 할 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는 제 주인에게선 찾아볼 수도 없는 독기들은 혓바늘들이 다 가져갔나 싶었다.


제일 많이 한 건 토익 공부였다. 이건 졸업요건이다. 시험이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일정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시험일을 이렇게 잡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건 대학원 특성상 닥쳐봐야 아는 것이었다.

토익 공부는 나를 정말 지루하게 했다. 내용은 별 거 없고 뻔한 주제에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틀려 있었다. 이상하다. 나는 다른 시험을 준비할 때도, 수능 때도 항상 영어 공부를 제일 좋아했었다. 그런데 토익... 정말 싫다. 문제 풀기 싫어서 단어만 주야장천 외워댔다. 오답풀이 해야 하는데 자꾸 뒤로 미룬다.






끝내주는 연휴를 생각했는데 어디를 봐도 끝내주지 않은 연휴를 보내고 있다. 끝내주게 쉬든가, 끝내주게 일하든가. 둘 중 하나는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잠깐 잤다가, 유튜브 봤다가, 인스타 들어갔다가, 일하기 싫다고 징징대고 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도 이럴 것 같다. 몸은 누워있지만 마음이 피곤하군.


내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미팅 첫 페이지를 만들었다. 논문도 조금 읽었다. 시작이 반이라지 않는가? 벌써 반이 끝났다. 내일은 진짜로 끝내주는 미팅 자료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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