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Kim Jiyoung, Born 1982]- 김남주

by 조윤효

소설은 시대를 닮은 거울이다.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가끔은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 잘못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연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게 소설이다. 영어 원서로 읽어 가는 한국 정서 분위기는 너무 익숙해서 읽어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외국 원서에 비해 사용되는 다채로운 어휘가 너무 많아 단어집을 만들어 가면서 읽은 책이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한국 문화를 이야기해 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가득하다. 글은 편하지만 낯선 어휘가 가득한 책이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낯선 눈으로 바라볼 기회를 준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이 결혼하고 딸을 기르는 과정에서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음속의 말을 바로 쏟아내고 마치 빙의 든 사람처럼 시댁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선적으로 뱉어낸다. 당황한 남편은 황급히 그녀와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상황이, 잔뜩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소설은 둘째 딸 지영의 집안 사정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문화와 아이를 기르게 된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여 준다. 작가가 겪은 자신의 이야기라 좀 더 밀착된 느낌이 드는 줄거리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신과 의사가 진단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경력 단절 여성들이 보여주는 트라우마 같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삶이 치열 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공무원 남편과 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지영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그 부담감을 갖고 결혼생활을 한다. 결국, 두 딸에 이어 아들을 낳지만 공무원 월급으로 6명의 식구가 서울 생활을 하기는 만만치 않다. 엄마의 다양한 부업거리 이야기는 쓸쓸해진다. 자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 주고자 하는 그 강한 모성애를 ‘억척 아줌마’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우리 사회는 부끄럼 없이 쓰기도 했었다.


IMF 때문에 조기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사회에서 새롭게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위태롭다. 누구나 쉽게 시작한다는 통닭집 이야기부터 퇴직자들끼리 모여 사업을 시도하려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준다. 가장이 안정된 수입을 위해 모험의 사업으로 뛰어드는 상황은 충분한 이해가 간다. 결국, 엄마와 함께 소아과 병동이 새로 개설된 병원 근처에서 죽집을 함께 운영하게 된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 좀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방과 후 학원에 공부하러 다니는 분위기도 잘 묘사되어 있다. 여전히 같은 분위기속 학창 시절이라 안타깝다. 학교 앞 바바리맨에 대한 적극적인 대체를 했던 여학생들이 오히려 혼이 나는(?) 이상한 남성 중심의 시선은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조신하게 상황을 피하는 노력만이 최선임을 요구하는 학교 측의 규정은 묘하게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의 고지식함이 보였다. 여학교 앞에서 바바리를 펼쳐 자신 안의 비뚤어진 자아를 가진 남자가 아니라 너무 강하게 대체한 여학생들이 반성문을 쓰는 내용을 보면서, 여고 시절 가끔 나타났던 그 바바리맨이 떠 어른다. 우리들 또한 놀라 소리쳤지만, 소설 속 여학생들처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알아서 상황을 개선해 주겠지' 라는 어린 생각이 있었고, 바바리 맨 또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임을 알지 못했었다.


학원에서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지영을 위협했던 남학생 이야기도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위협한 남학생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만든 지영에게 화살을 돌리는 지영 아빠의 태도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성폭력자인 남성을 비난하는 것과 동시에 당한 여성이 유도한 것처럼 그 잘못을 언급하는 상황이 생기는 이유가 여전히 사회 저변에 깔린 여성에 대한 유교적 시선이 가득함을 보여준다.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에 가입하고, 남자 친구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군대 입대 후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홀로 산악 동아리에 계속 참석하지만, 그녀에 대한 다른 남자들의 평가를 우연히 듣게 된다. 커플이 헤어져도 홀로 남아 있는 여자는 쉽게 평가된다.


지영이 학교 졸업 전에 면접을 보는 과정 또한 너무나 익숙한 상황들이다. 면접관의 질문 또한 여자를 유능한 사원을 뽑기 위한 절차라기보다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순응하는 사람을 뽑고자 하는 분위기를 보여 준다. 일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 남성 상사가 성적인 접근을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회사에서 떨어지고 난 후 자신이 잘못된 대답을 한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황도 충분히 공감된다.


결혼 후, 은근히 아이를 바라는 시댁 부모님의 요청 때문에 결국 임신하지만, 임신한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또한 번 상처가 된다. 잔뜩 배가 부른 지영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는 아줌마의 적극적인 대처와 잔뜩 못 마땅하게 일어나는 젊은 사람의 태도로 상처받는 그녀의 일상이 안쓰럽다. 물론, 남편 대현이 적극적으로 살림을 도와주지만 그녀에게 삶은 너무도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고 경력을 쌓는 재미를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달라진 자신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그녀의 내면을 보여 준다. 엄마가 처음인 그녀는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이 겪을 만했을 갈등을 잘 보여 준다. 꿈속에서 아이와 함께 공원에서 오랜만에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위해 마시는 커피 한잔조차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그녀의 편안한 삶을 조롱하는 듯한 장면을 보고 울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그녀의 심정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인식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여성의 희생이 조금은 당연한 분위기에서 자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자하는 여성들에게는 큰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으리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집에서 자신의 외모를 신경 쓸 틈도 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는 엄마들과 직장을 마치자마자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헐레벌떡 집으로 향하는 엄마들이 보인다. 사회적 제도가 왜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유능한 여자들이 경력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화가 아닌 둘 다 잘해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제도화될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대다.


엄마 초년 생인 그녀들의 등을 토닥여줄 손길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했던 지난 길을 보니 그 길을 걷고 있는 그녀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과 격려를 하고 싶어 진다. 한국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좋은 소설이다.

김지영.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