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풍덩

최근 수영을 하면서 느낀 점

by 검정


띠리링 띠리링 일어나세요 기상시간입니다 일어나세요 기상시간입니다 기상 기상

요란하게도 울리는 알람시계, 1분이라도 더 늦추고 싶은 기상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헉헉 뛰면 숨 쉴 수 없이 벅차다. 회사에서 생기없이 동태눈으로 일하다보면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든다. ‘회사는 체력으로 다닌다’라는 말을 듣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글쓰기 모임 멤버들과 주말에 등산을 도전했다가 등산에 오른지 10분만에 “먼저 올라가세요.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에서 생각난 한 단어. 저질 체력.

점점 눈에 띄게 일어나기도 벅차하는 나의 모습에 체력을 기르기로 결정하고, 다양한 운동을 찾아본다. 클라이밍, 요가, 댄스 등 다양한 후보군이 나왔지만 내가 결정한 운동은 바로 수영이다. 수영을 하기로 결심한 후 친구에게 수영을 하기로 했다고 하자 나온 한 마디. “또 수영???!!” 그렇다. 수영과 나의 역사는 꽤 길고, 애증의 관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의 수영 이야기는 꼬맹이였던 6살에서 시작된다.

돌고래반입니다

어린시절의 나는 무척 체력이 좋지 못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어린이집 운동회에서 짧은 거리를 열심히 뛰고 나서 곧 바로 토할 정도의 저질 체력이었다고 한다. 웬만한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좋아했던 운동이 수영이었다. 수영 깊숙이 들어가서 입으로 숨을 쉬면 보글보글 거품이 나와서 마치 돌고래가 된 느낌이었다. 웨이브로 살랑살랑 깊숙이 들어가면 투명하고도 파란 물이 신기하기도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1-2시간은 내내 있을 수 있었다. 수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를 본 엄마는 유아체능단이라고 유치원과 수영을 병행해서 배울 수 있는 곳에 보내게 된다. 그렇게 6살이 된 나는 돌고래반이 되어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처음에 벽을 잡고 발차기부터 시작하는데 마구 발을 흔들다보면 물방울이 튀기도 한다. 친구들과 튀기는 물방울을 보면서 장난치고, 하하호호 웃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돌고래반이 된 나는 수영장 안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물 속을 마구 누비는 돌고래였다.


길 잃은 돌고래처럼

10살이 될 동안 계속 수영을 했다. 한 살 한 살 달라지는 나이만큼 수영 스킬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다가 몸을 뒤집을 수도 있고, 팔을 크게 휘저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게 되었다. 수영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자 다양한 대회에도 나가게 되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는데 한강 건너기 대회이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예선을 통과해야 됐는데 예선에서는 정해진 많은 바퀴수를 돌고, 얼음물에 1분은 버텨야 했다. 얼음물 속 나는 너무나도 춥고, 숨 쉬기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기록 경쟁이라는 것도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물로 발차며 장난칠 수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있는 친구들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야 됐다. 더 빨리, 많이 물 속을 돌아야 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눈에 보였고, 밖에서는 “더 빨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예전의 돌고래가 아니었다. 수영장이 꼴도 보기 싫어 수영하는 사람만 봐도 속이 안 좋아질 때쯤 오랫동안 했던 수영을 포기했다.


다시 수영에 도전하다

초등학교 이후 대학입시를 위해 대부분 시간을 공부하는데 할애했고, 어느덧 수영을 했던 시간들은 가물가물해졌다. 대학을 입학하고, 휴학을 하여 집에 빈둥빈둥 누워있던 어느 날, TV에 바다 속을 멋지게 수영하는 드라마 주인공을 보고 꽤 멋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실 바닥에서 수영하는 주인공을 흉내내며 팔을 휘젓휘젓하는 나의 모습을 한심하게 본 동생의 “뭐하냐..”라는 질문에 “나 수영 다시 해보려고!”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토 나올 정도로 싫어했던 수영이 10년 정도 지나니까 취미로는 재미있게 할 수 있었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다시 취미로 도전한 수영은 처참하게 실패하여 곧바로 그만두었다. 어린 시절 오랫동안 수영을 해왔기 때문에 가장 높은 반으로 간 나는 내내 뺑뺑 도는 수영에 시달렸고, 또 하필 막말을 심하게 하던 선생님이 반을 맡게 되어 “너 수영 못해!!똑바로 좀 해!!빨리 안 가!!”라는 말을 내내 들었을 때 또 크게 미련없이 그만두게 되었다.


수영하지 않는 돌고래, 다시 수영을 도전하다

그리고 현재, 어느덧 나는 취업을 하고 회사원이 되었다. 이런 내 수영 역사를 아는 친구는 또 수영하고 싶다는 나의 모습에 의아해 했던 것이다. 운동에 관해서 다 최악인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게 수영이었고, 수영은 나에게 있어 싫어하면서도 일상생활 속 가끔씩 생각나는 전남친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지느러미를 잃어버린 돌고래가 바다 속을 헤엄치던 때를 그리워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그렇게 다시 수영을 도전하게 되는데 자존심 상하게도 중반(수영은 하,중,상반으로 나뉜다.)으로 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싫어하긴 했어도 4년 이상을 수영을 해왔는데 중반으로 가라는 말은 자존심 상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빠르게 갈 수 있는 수영 실력을 선생님께 끊임없이 어필을 했다. 수영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본 선생님은 “빠르게 가는 건 소용이 없어요. 느리게 가도 좋으니까 동작 하나하나, 물 속에 있는 나를 느껴보세요.”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 때부터 빠르게 가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내 동작을 느끼기 시작했다. 둥둥 뜨고 있는 나를 느끼고, 바닥 속 물을 보기 시작했다. 새삼스럽게도 수영장 물이 투명하고 유난히 파랗게 빛나고 있다. 앞서 나가는 사람보다 물 안에 있는 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입으로 보글보글 물방울을 만들던 돌고래반 때의 내가 떠오르고, 수영 자체가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제야 수영을 즐기기 시작하시네요. 이제 상반으로 올라가시죠.”


나에게로 풍덩!

나중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로는 빠르게 남들보다 앞서나가려고만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수영 자체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천천히, 동작을 하는 나를 즐겨보라는 피드백을 줬다고 한다. 이제는 수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냥 수영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돌고래였던 나로 돌아가 물 속을 누비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약간의 우울감과 불면, 강박을 달고 살았던 나인데 수영을 하고 있으면 잠시 그런 생각들을 내려놓게 된다. 좋아했던 수영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순간부터였던 거 같다. ‘나는 왜 저 친구만큼 잘하지 못할까.’,‘나는 왜 기록이 남들보다 안 좋을까.’ 이런 생각들이 수영을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숨겨놓게 되었다. 수영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매순간 남들이랑 비교하기 급급했던 나의 모습을 말이다. 성적, 대학입시, 취업까지 달려오면서 매순간 좌절을 경험해왔다. 이 좌절감들이 나를 숨을 못 쉬게 얽매이기도 했다. 수영하는 나에게 집중하면서 수영을 좋아했던 어린시절의 나를 되찾은 것처럼, 이제는 나 자체를 되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수영에서 깊숙이 잠수하여 물 속을 들여다봤던 것처럼, 나를 찬찬히 수영하고 싶다.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을 준비하여 수영을 할 준비를 하는데 이제는 나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 간다 나에게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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