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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한 송이가 그렇게도 받고 싶었다

불량주부 성장기

by 글로다시

어느덧 오월이 다가오고, 어버이날을 앞둔 거리에는 카네이션 향기가 가득했다. 예전에는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그 붉은 꽃잎이 올해는 유독 내 시선을 붙잡았다.


"오늘 어버이날이래."


아침부터 둘째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직접적으로 "카네이션 사다 줘"라고 말하기는 쑥스러워 어버이날이라는 사실만 몇 번이고 언급했다.


카네이션 한 송이가 그렇게도 받고 싶었던 적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아이는 내 눈치를 살피며 조금 불안해하는 듯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무언가 큰 선물을 바라는 줄 알고 부담을 느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그저 카네이션 한 송이, 그 작은 꽃에 담긴 마음이었을 뿐인데.나이가 들면서 의미 없이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혹은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것에서 위안을 찾게 되는 마음의 변화 때문일까?


올해 어버이날,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가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진 이유를 생각해 본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와 감정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친정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소소한 나들이를 하고 용돈을 드리고 돌아오면서 엄마에게 "카네이션 사드릴까?"라고 물었다.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셨다. 그러나 내가 막상 이렇게 카네이션 한 송이 받아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카네이션을 사양하신 엄마 아빠의 마음은 진심이셨을까? 궁금해진다.




바쁜 첫아이보다 중학생 둘째가 만만해서 둘째에게 당일이 어버이날임을 강요했는데, 결국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늦은 밤에 들어오던 첫째가 카네이션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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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둘이라 받긴 받았다. ㅎㅎㅎ카네이션 이게 뭐라고 못 받을까 봐 애를 태웠네. 나도 나이가 든 건가? 아이들 어릴 땐 학교에서 수업 중에 카네이션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해마다 색종이 카네이션이라도 받아서 당연하다 여겼던 거 같다.






아이들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던 그 소소한 바람.


카네이션 한 송이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컸나 보다. 화려한 선물보다 마음을 담은 작은 꽃 한 송이가 더 값진 것임을, 올해 어버이날에 새삼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소박한 것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조금 더 솔직하게, "엄마는 카네이션 한 송이면 충분해"라고 말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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