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에 눈이 먼 엄마
돌이켜 보면 남과의 비교로 내 행복이 좌지 우지 되어왔던 시간들이 꽤 있다.
남과의 비교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를 낳고부터 시작되었던 같다.
결혼 전에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주말에 친구들 만나 놀고 하느라 나에게만 집중되었던 시절이었다.
결혼 후 부부만 살 때도 누구와 비교할 대상도 시간도 없었다.
첫아이를 낳고 조리원부터 시작된 새로운 모임들이 나의 비교의 시작점인 거 같다. 조리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새로운 모임과 인맥이 형성되면서부터 나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각자의 삶의 방식들도 너무도 다양했고, 가치관도 다양하고, 식성도 다양하고, 부부 사이도, 생활수준도 다양하고, 아이 교육방식도 다양했다.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넓어져 버린 나의 시야를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었던 같다. 그렇게 다양한 시야 속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리저리 비교하고, 따라 하고, 실망하고 했던 어리석은 내가 보인다.
그런 혼돈 속에서 큰 아이를 키웠으니 아이는 얼마나 정신없었을까? 엄마가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데 어린아이가 하루하루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가 스무 살이 넘어보니 아이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렇게 늘어난 인맥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딸 1호를 데리고 소문에 좋은 곳이란 교육기관 이곳저곳을 들락날락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그러면서 이웃 아이들, 동네 친구들과 비교를 해댔던 엄마의 무지함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은 21살이 된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드는 요즘이다.
지난 21년간의 엄마의 잘못을 어떻게 해야 용서가 될는지...
우리 큰아이의 21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자랄 수 있도록 되돌려 주고 싶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이제는 큰 아이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다. 딸 1호는 나와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본인의 이름마저 부르지 말라고 한다.
딸 1호에게 ~
스물한 살이 된 나의 큰 딸 00아.
너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나에게 부탁을 했기에 딸 1호라고 쓴다. 엄마가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게 얼마나 싫었으면 이런 부탁을 할까? 엄마는 서운해서 눈물도 낫지만 이해도 간다.
어릴 적 엄마는 너를 부를 때 항상 이랬던 것 같다.
"ㅇㅇ 아! 공부했어?"
"ㅇㅇ아! 숙제했어?"
"ㅇㅇ아! 00할 준비됐어?"
등등 늘 너를 재촉할 때 너의 이름을 다급하게 불러댔던 것 같아. 어린 나이에 얼마나 두렵고 싫었으면 스무 살이 넘은 지금에 와서 엄마가 네 이름을 부르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고 하는 말이 이해가 된다.
항상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마음으로 마음 졸이며 살았겠지. 그 어린것이... ㅠ
오늘 엄마의 반성문은 네가 초등 때 개학을 앞두고 방학숙제 점검을 하던 날에 대한 반성이야.
그때 엄마는 방학숙제를 보란 듯이 해가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방학이 끝나면 방학과제물을 전시를 해놓던 시절이었지.
하지만 내가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 너의 손을 빌어서 내 머릿속에서 구상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어. 하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단다.
당연한 결과야 구상은 엄마인 내가 하고 너는 뭣도 모른 체 내가 지시하는 데로 작업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느냐고 소리 지르고 왜 못 그리냐고 혼냈다. 개학하기 전날 밤이 늦도록...
정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놈의 방학숙제 어설프게 해 가면 어때서 왜 그렇게 목숨 걸고 개학전날 너를 잡았는지.
그때는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던 엄마도 너무 못났었고, 욕심 많은 엄마였다고 생각한다.
밤늦게 너를 재우고 엄마는 미안한 마음보다 내일 학교 가서 방학 숙제를 펼쳤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우와" 하고 놀라기를 기대했단다.
항상 너는 모든 면에서 일등을 했으면 좋겠고, 눈에 띄었으면 좋겠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이기적인 마음과 욕심이 아주 하늘을 찔렀다.
너에 대한 환상은 입시를 치를 때까지 벗겨지지 않았어. 엄마가 너로 인해 대리행복을 얻는다는 걸 너는 이미 알고 있었나 봐.
너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의 행복까지 책임져 주려고 했던 거 같아.
너로 인해 대리 행복을 느끼는 엄마의 환상이 벗겨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거 같아.
너를 앞세우고 다니며 엄마의 어깨는 늘 으쓱했으니까 그런 엄마가 실망할까 봐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웠을까?
미안하다. 딸아.
이 엄마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반성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죽을 때까지 철이 안 들었다면, 너에게 사과 한마디 안 하고 갈 뻔했다. 엄마는 너에게 사과할 게 너무나 많다. 앞으로도 너에게 잘못한 점들 하나하나 반성하며 사과편지 남길게.
정말 너무 미안하다.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너 하나만 바라보며 자유롭길 바란다. 못난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