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목과 시기가 팀을 망칩니다.

이상한 나라의 팀장 19, 콩가루팀 파멸기(서로 잘 난척하다가 공멸)

꽤 오랜 전 일이라 기억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아주 나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콩가루' 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잠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기존에 있던 팀의 업무가 너무 힘이 들었던 터라, 전근 제의가 왔을 때 너무 쉽게 O.K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업무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당장 괴로운 곳에서 빠져나갔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힘들고 싫었네요

기존 업무는 제품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이라 고객들과의 접촉이 많았던 곳입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찬 고객과 상대하다 보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곳이었지요.

심지어 인근 기업에서 근무하던 대학동창도 제품이 엉망이라고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고 갔습니다.

어느 날 선배가 절 부르더니 눈에 독기가 가득하다고 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크냐고 걱정을 하더군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제품을 잘못 설계하고 생산을 엉망으로 했는데, 이걸 전면에 나서 수습하는 일은 서비스가 오롯이 담당하니 참 억울하고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서비스 쪽에 근무하는 동기나 후배를 보면, '참 고생한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비해 새로운 업무는 사내 강사이니, 상대하는 대상도 내부 직원이고 해서 속은 편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서비스 업무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얄팍한 지식으로는 강사를 하기가 어려웠고, 덕분에 엄청나게 공부를 했습니다.

강사라는 보직이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마음도 편했지만, 강의 품질이 올라가면서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

하지만 모든 팀마다 문제는 조금씩 있기는 하니, 당연히 연수원이라는 조직도 문제가 있었지요.

이 문제는 오로지 내부 직원 간의 문제로 시작해서 내부 직원과의 관계 악화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즉, 철저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업무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는데,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답이 없더라고요.


처음 연수원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무척 반겨주더군요.

그래서 교육 준비를 하는 동안 선배와 후배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게 내부 암투와 관련된 계산된 호의(好意)였습니다.


팀은 이미 2개의 조직으로 나뉘어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보면 눈에 띄지는 않는데, 생활 속에 같이 스며들다 보니 은근히 서로를 견제하고 질시하고 있더군요.

일은 같이 하지만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공유는 최소화하고, 자산 가치가 있는 것은 철저히 숨겨 놓았더군요. 자료는 각자의 서랍장에 자물쇠로 꽁꽁 잠가 놓아 찾아볼 수도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새로 온 직원을 자기네 쪽으로 끌어들이고자 무척 노력을 하더군요.


그런데 팀장은 이런 사항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방조 또는 은근 조장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강사라는 게 지식이나 정보로 먹고사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고생하여 만든 자료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겁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개인의 자료라는 것을 팀장이 인정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는데 다 이유는 있더라고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내 강사를 하다 보면 대학교에 강의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실제 기업에서 적용하는 기술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체 강사가 직접 강의를 하는 것을 학생들이 무척 선호하더라고요.

그리고 근무 중 공식적으로 외부 강의를 나가는 것도 일종의 혜택이라고 생각해서 인지, 한번 강의를 나가기 시작하면 절대로 남에게 양보하지 않습니다. 비록 몸이 아프거나 급한 출장이 있어도, 강의시간을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 가는 것은 철저히 막더라고요.

처음에는 강사비에 욕심이 나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좀 더 숨겨진 진의가 있었습니다.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은 근육이 붙는데,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은 뇌의 전전두엽 피질이 발달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와 이로 인한 회사의 경영 악화로 인해, 그룹사 간 동일 조직의 통합이 이루어질 때였습니다. 당연히 연수원도 비슷한 조직이 그룹사 내에 있었고, 교육조직이라는 게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조정이 되는 곳이라서 팀 내부에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콩가루 팀은 확실히 그 진가(?)를 발휘했고, 팀장은 어나더레벨(Another Level)의 존재였습니다.

팀원들 보고는 윗분에게 잘 설명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혹시 마음이 흔들리는 직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기는 신신당부(申申當付) ¹ 하더군요.

¹ 신신당부(申申當付): 거듭하여 간곡히 당부하다.


그런 와중에 일부 강사는 그동안 강의를 나갔던 대학교의 전임강사 또는 교수 자리를 꿰차고 나가더군요.

그중에 가장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바로 팀장이었고요. 이때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다른 사람보다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내린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이준석 선장이 생각나네요.


이렇게 순식간에 팀장을 포함하여 강사 10명 중 5명이 자기 살길을 찾는다고 하면서 빠져나갔습니다.

결국 저희 팀은 공중에 흩뿌린 콩가루와 같이 분해되어, 그룹사로 찢어져 이동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저는 다른 팀장님이 잘 보셨는지, 본인의 팀으로 오라고 해서 회사 내 잔류를 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그 당시 사람들은 거의 기억에서 지워졌는데, 간혹 교육을 위한 정보나 제품을 부탁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최신 정보를 받을 곳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네요.

한참을 미워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별 관심이나 감정이 없기는 합니다.



팀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라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그 형태를 바꿉니다.


일반적으로 팀이라고 하면...

일이 잘 풀리고 좋을 때는 서로를 굳게 믿고 의지하며,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갑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모두 힘들지만 서로를 도우면서 격려하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게 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부에 반목과 질시가 만연한 집단이라면 조그마한 외풍에도 우왕좌왕하고, 자신만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을 것입니다.


팀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수준 미달의 팀원도 있지만, 리더십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팀장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리더로서의 자질이 없다면 리더를 만들어 주면 안 됩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라, 앞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라고 주어진 자리인 것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자격이 있지 않나 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keyword
이전 18화직원의 안타까운 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