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간 8대의 자동차 중 처음 재검사 대상이 되었네요(D-135)
새 차를 구입하면 이전에 갖고 있던 차량은 보통 중고로 판매하거나 폐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기검사 대상이 된 차량은 로체 이노베이션으로, 아들이 운전 연습을 겸해 타고 다닌다고 해서 그대로 보유 중입니다.
정기검사 예약
요즘은 자동차 정기검사도 PC나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을 하고 결제를 해야 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서비스가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첨단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불편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이용하던 집 근처 출장검사장으로 예약을 시도했지만, 토요일 오전과 평일 오후 5시 전후 시간대는 이미 예약이 꽉 차있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마다 예약 대기를 걸어두고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토요일 오전 9시 40분에 누군가 취소를 했는지, 카톡으로 예약 확정 알림이 왔습니다.
감사 당일,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장검사장에 도착하니 입구에 차량 네 대 정도가 대기 중입니다. 지난번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라 '얼른 끝내고 집에 갈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가 들더군요. 예상대로 빠르게 차량들이 검사장을 빠져나갔고, 어느덧 제 차가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자동차 검사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안전도 적합여부 및 배출가스 허용기준 준수여부 등을 확인하여, 교통사고와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출처: TS한국교통안전공단)
신차는 최초 4년, 이후에는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차량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검사이니 당연히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자동차 검사 시 순서를 나타낸 것으로, 자세한 사항은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절차를 참고하세요.
신차가 아닌 오래된 차량으로 정기검사를 받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배출가스 검사입니다. 치량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관련 부품들이 점차 노후화되면서, 배출가스가 허용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고장 범위가 넓기도 하고, 교체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검사결과, 예상치 못한 '재검사' 판정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방송을 통해 검사결과 설명을 들으러 오라고 안내가 나오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당자가 제 차에 대한 종합 진단서를 보여주며 '재검사'대상이라고 합니다. 처음 접하는 '재검사' 판정이라 좀 당황스럽기는 합니다만, 차량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니 이유가 궁금했지요.
재검사 사유는 좌측 전조등의 광도(빛의 밝기)가 기준치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인으로는 램프가 오래되어서 광도가 낮아졌거나, 헤드라이트 반사경이 오염되어 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적합하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경우 재검사 대상으로 판정을 하고, 반드시 정해진 재검사 기간 내에 재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불량 등화장치 수리
요즘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에는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5,000~10,000 시간이라는 반영구적 수명을 가진 'LED 헤드램프'가 적용이 됩니다. 하지만 오래된 로체 이노베이션은 필라멘트에 열을 가해 빛을 내는 '할로겐램프'이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이번 재검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좌측 전조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할로겐램프를 교체해 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반사경이 문제라면 헤드라이트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램프부터 시도하는 것이 순서이지요.
램프를 분리해 육안으로 확인해 보니,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이 필라멘트 부분이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열로 인해 약간의 늘어남 현상이 있는 듯하네요. 반면 새로 구입한 왼쪽 램프의 필라멘트 부분을 보시면 간격이 촘촘하고 형상도 탄탄하게 생겼습니다.
일단 대형마트 자동차 매장에서 'H7 할로겐램프' 2개짜리 한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1개뿐이지만, 모두 2개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참고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개씩 낱개로 판매가 되고 있기는 하더군요.
하지만 할로겐램프의 필라멘트는 양쪽이 거의 동시에 수명이 다하는 경향이 있어, 한 번에 양쪽을 교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입니다. 어차피 손이 더러워진 김에 양쪽을 함께 교체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더 편리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하 주차장이 어둡기도 하지만 엔진룸 공간이 좁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작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의 감각에 의존해 교체를 진행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이제 할로겐램프를 교환하였으니, 다시 검사장으로 가서 재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다행(?)스럽게 별도의 예약 없이, 업무 시간 내에 검사장으로 방문하면 바로 검사가 가능합니다. 또한 '재검사 비용'은 추가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재검사 결과, 합격!
토요일 이른 시간, 재검사를 받으러 다시 검사장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먼저 도착한 차량이 두 대뿐이어서, 금방 검사는 끝날 것 같네요. 차량을 검사원에게 맡긴 후 고객 대리실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제 차량이 전조등 검사 장비 앞에 도착했고, 문제가 되었던 좌측 전조등에 대한 광도를 검사 중입니다.
검사원 뒤로 보이는 모니터로 '○' 표시가 떴으니, 합격인 것입니다.
곧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갔더니, 이번에는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네요.
진단서를 보면 다른 진단은 모두 패스하고, 바로 전조등 항목만 검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 십 번의 자동차 종합검사를 받아왔지만, 이번처럼 불합격 후 재검사를 받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차량은 운전 중 자연스럽게 상태를 점검하게 되어, 문제가 생기면 즉시 조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거의 운행하지 않고, 장시간 세워두는 차량은 이상이 생겨도 바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야간 운전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전조등의 상태를 점검할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든 기계든 적당하게 움직여 주는 것이 건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방치한 차량보다는 자주 운행되는 차량이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