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에서 신을 편안한 신발이 필요합니다(D-83)
정년퇴직 휴가가 주어져, 고민한 끝에 이번엔 인생 처음으로 크루즈 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대형 선박을 타고 바다 위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것이 처음인지라 살짝 걱정 반, 설렘 반이네요.
여러 여행사를 비교해 본 결과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한진관광을 통해 '싱가포르&동남아 크루즈 7일' 여행 상품을 예약한 것이 지난 3월 초이니, 벌써 7개월이 흘렀습니다.
10월 출발 일정이다 보니 예약 당시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인지, 크루즈여행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집안일이 생길 때마다 "여행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지요.
하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어느덧 10월이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입니다.
편한 신발이 필요합니다
크루즈 여행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선내에서 활동뿐 아니라 기항지마다 진행되는 선택관광에서도 꽤 걷는 일정이 많더군요. 당연히 편안한 신발이 필요할 것인데, 아내는 현재 가지고 있는 신발은 불편하다며 걱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편안한 신발을 찾다보다, 광고에서 눈에 띈 '르무통(LEMOUTON)'이라는 신발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번 신어보고 결정을 하고 싶은데, 문제는 오프라인 매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르무통 홈페이지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보니, 경기도에는 딱 6곳의 백화점에만 입점이 되어 있네요. 그중 아들이 다니는 회사와 인접한 판교 현대백화점 3F에 있는 '세이브힐즈'로 가기로 했습니다.
판교 현대백화점 3F 르무통 매장
르무통이라는 간판이 따로 없어, 바로 앞에 두고도 백화점 3층을 한 바퀴 돌면서 헤매었네요.
나중에 보니 신발 매장만 모아져 있는 U-PLEX라는 곳 안쪽에 '세이브힐즈' 매장이 있는데, 여기서 르무통 신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갈만한 게 각 디자인마다 색상이 아이보리, 브라운, 그레이, 블랙 등과 같이 있어서 그렇지, 신발의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 한쪽에, 그것도 2단 진열장 정도의 공간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디자인에 대한 첫인상은 "투박하다", "안 예쁘다", "단순하다"였습니다.
물론 오늘의 목적은 신고 걷기에 편안한 신발을 찾아온 것이니, 디자인이 우선은 아니기는 합니다만...
착용감은 역시 굿!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시간을 내서 왔으니 한번 신어는 봐야겠지요.
아내는 한번 신어보더니 무척 편하다며 만족한 표정을 짓습니다.
여러 디자인과 색상을 골라서 선택한 것이 '아이보리색 르무통 업 발 편한 메리노울 운동화'입니다.
이름이 좀 길고 이상하기는 합니다만, 사이트를 보니 '업', '메이트', '버디', '포레스트', '스위트', '스타일', '왈라비', '클래식', '코지'등과 같이 제품명이 독특하게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왼쪽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품 사진이고, 오른쪽이 제가 집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들 말대로 제가 사진을 잘 못 찍기는 하네요. 두 사진을 비교하니 일부로 못생기게 찍은 것처럼 보이더군요.
아내는 신발을 사자마자 바로 신고 백화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엄청은 아니지만 매우 편하다며 만족해하네요. 본인이 마음에 들어서 인지, 저 보고도 사고 싶으면 사라고 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이니 저도 바로 신어봤습니다.
제가 신고 있는 신발도 '마라톤을 뛸 수 있는 구두'라는 애칭을 얻은 락포트(ROCKPORT)입니다.
제 생일 때 아들이 사준 신발인데 신어 보고, 그 편안함에 반해 3켤레나 구입하여 신고 있지요.
그런데 막상 르무통을 들어보니 놀랄 만큼 가볍기도 했지만, 신어보니 또 다른 편안함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발바닥이 마치 메모리 폼에 올라선 듯한 극강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왼쪽에는 락포트, 오른쪽에는 르무통을 신고 걸어봤는데 르무통이 조금 더 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락포트의 경우 미국인 발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한 사이즈 적게 신었는데도, 의외로 발볼이 넓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발 볼이 넓은 사람은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르무통은 발볼이 그리 넓지 않은데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신축성이 좋은 메리노 울을 사용 해서 인 것 같습니다.
단지 걱정되는 것은 '오염이 되었을 때 세탁을 어떻게 해야 하나?'였는데, 종업원 말로는 그냥 세탁망에 넣은 후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고 하네요. 아니면 손빨래를 해도 되는데 솔로 문지르면 보푸라기가 생길 수 있으니 손으로 살살 비벼서 빨면 된다고 합니다.
아내 신발을 사러 갔었는데 얼떨결에 제 것도 하나 구입했으니, 오늘은 횡재(got a windfall)한 날이네요.
이 기세를 몰아 백화점 음식 코너에서 만두를 구입하고, 공짜로 얻은 커피와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설렁설렁 돌아다니며 간단하게 간식을 먹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해외여행 중 이것저것 사 먹고 돌아다니는 기분입니다.
딸한테 연락해 여행용 큰 사이즈 캐리어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다음 주말에는 '브런치 팝업 스토어' 구경을 하고 나면, 바로 10월 22일부터 7일간의 크루즈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제 조금씩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이 드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