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년퇴직한 선배의 아들 결혼식

정 끊기가 필요하네요. 청담웨딩홀 드레스 가든(D-83)

오늘은 작년에 정년퇴직하신 선배 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멀리 서울시 청담동까지 올라왔습니다.


어젯밤 내린 비로 오늘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모처럼 반팔 셔츠 위에 얇은 겉옷을 입고 나왔는데, 이제 정말 가을이 성큼 코 앞까지 다가온 듯합니다.


지하철을 타는 것이 오랜만이라 헤맸네요

청담역에 가려면 4호선을 타고 '이수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면 되는데 그만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노선도에서 '사당역' 다음이 '이수역'인 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총신대입구역'이라고 하네요.

잠시 멍하고 있는 사이 '총신대입구역'을 지나쳐, '동작역'이라 급하게 내렸습니다.

이수역.png

지하철에서 내린 후 자세히 노선도를 살펴보니 '총신대입구역' 밑에 괄호 열고 '이수역'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서둘러 '총신대입구역'으로 돌아가 7호선으로 환승을 하여 '청담역'에 도착하였더니, 예식 시간보다 일찍 당도했지만 황당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수역'은 7호선 이름이고, 4호선에서는 '총신대입구역'이라고 합니다. 이곳이 환승역인데 두 노선의 이름이 다른 역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저처럼 헷갈리는 분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두 역사의 이름을 동시에 표기하였으면 좋겠네요.


드레스가든 청담 웨딩홀

어쩐지 건물이 위치와 예식장 이름이 낯이 익다 했습니다.

몇 년 전 후배 딸이 결혼식을 올렸던 '빌라드지디 청담'과 마주 보고 있네요.

드레스가든 위치.png [7호선 청담역 13번 출구 인근 드레스가든]

입구에서 안내를 받으면서 보니 몇몇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리 친하거나 업무를 같이 했던 적이 없는 분들이라 인사를 하기도 그렇고 하네요. 상대방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저희 팀에서 먼저 정년퇴직하신 분과 제 입사 동기가 있어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장을 둘러봤습니다. 예식홀 이름이 '블리스돔(BLISS DOME)'인 것처럼 천정이 돔(Dome)과 같이 둥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높이가 13M라고 하는데 실내조명을 활용하여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할 것 같네요.


그리고 하객 자리의 배열도 경기장 스탠드와 같이 되어 있어, 신랑신부를 위한 런웨이를 마주 보게 되어 있습니다.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와 비슷한 구조라 무척 특이하더군요.

저희는 신랑 부모님이 입장하는 것을 보고 바로 연회장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드레스가든 홀.png [드레스가든 4F 블리스돔홀]


코스 요리로 나옵니다

결혼식장을 다녀보면 뷔페 형식이 대부분이고, 간혹 양식 코스 요리 또는 한식 한상 차림으로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제 딸 결혼식 때는 한식 한상 차림이었는데, 맛있다는 평이 많아서 기분이 좋기는 했습니다.


이곳 드레스가든 연회장은 코스 요리로 식사가 제공됩니다.

저도 해외 대리점과 콘퍼런스 때, 양식 코스 요리를 자주 먹어 봤는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메뉴 구성입니다.

①애피타이저로는 '훈제연어와 새우, 샐러드'가 나왔네요.

③메인요리로는 '안심스테이크와 왕새우' 그리고 ②디저트로는 '티라미수와 파인애플'입니다.

물론 식전 빵과 버섯 크림수프, 그리고 와인과 커피도 제공이 되고요.

드레스가든 코스요리.png [드레스가든 연회장 코스 요리]

그런데 좀 정신없이 음식을 먹었을 정도로 식사 속도가 꽤 빨랐습니다.

식사 시작부터 커피를 마실 때까지 걸린 시간이 딱 25분이네요. 이렇게 쉼 없이 요리가 나오는 경우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달라는 '무언의 압박' 같다고 할까요.


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와 와인을 맘껏 마실 수 있는 기회였는데, 도무지 가져다 줄 생각을 안 하네요.



먼저 퇴직하신 분들의 경조사에 참석할 때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하객 구성의 변화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셨던 분이라면 느끼시겠지만, 현역에 있을 때보다 예전 직장 동료들의 참석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실감하실 것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부담스러워 의무적으로 경조사에 참석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퇴직한 분의 경우에는 그런 불편함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니, 참석을 안 해도 그리 부담이 없을 것이고요.


그래서 어떤 분의 글에서 본 "퇴직 후에는 예전 직장 동료의 경조사 참석을 줄여라."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은 것 같습니다. 물론 퇴직 후 금전적 부담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퇴직한 후 급격히 달라진 사회적 위치에서 오는 상실감도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하네요.


최근 저는 '주변 정리'와 '서서히 정 끊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년퇴직 후 달라질 내 모습을 미리 인지하고, 사전 정리를 통해 닥쳐올 상실감을 최소화하고자 함입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동료들과 사적인 만남이나 모임의 참석을 자연스럽게 줄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조금 서글프고 서운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각오로 퇴직 후 다음 여정을 준비할 때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글쓰기 랩탑 달리기.png


keyword
이전 25화가정용 다용도 철봉 기구 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