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둔 직원을 위한 자질구래한 정보 제공(D-79)
정년퇴직이 가까워지자 회사에서 축하(?)한다는 의미로,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 주는 '퇴직자 교육 과정'에 참석하라는 안내가 왔습니다.
아직은 그저 덤덤하지만 그래도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느껴지네요.
어떤 내용인지요?
퇴직 후 해야 될 각종 사항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명쾌하지 않습니다.
이번 교육은 1박 2일로 짧지만 퇴직 후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인 건강보험, 실업급여, 국민연금, 퇴직금 관리 및 절세 등에 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실제 과정명이 아니고 제가 좀 각색해서 작성했네요).
1. 똑똑하게 알아서 건강보험, 실업급여, 국민연금을 잘 받는 방법.
2.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까먹지 않고 잘 관리하는 방법, 세금을 어떻게 해서든 조금 덜 내는 방법.
3. ChatGPT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그래도 취업은 어려울걸~
4. 건강한 노후를 위한 좋은 건강식품(?) 안내, 마음과 몸 챙기는 비법.
5. 구박(?) 받지 않는 가족과의 소통법.
6. 지금껏 지내 온 회사에 대한 소회(이건 왜 필요한지?).
7. 혹시 무심결(?)에 빼내갈 수 있는 회사의 보안 관련 조심 사항 등.
일대일 전화 상담
그런데 이 과정 전에, 일대일 전화 상담도 진행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요즘 시니컬(Cynical)해진 탓인지, 일대일 상담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짧게라도 해야 한답니다.
회사가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을 하다 보니, 전문 업체 상담사분의 입장에서는 난처할 것이네요.
큰 기대 없이 30분 정도 일대일 전화 상담을 하기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일대일 상담은 본인이 알고 싶거나 궁금한 사항을 묻고 답을 받는 것인데, 어떤 것을 물어봐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이전에 상담했던 내용에 대한 예시를 잠시 보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주요 상담 예시]
☆ 퇴직 후 실업급여 및 건강보험 등에 관한 행정처리 안내
☆ 신중년(?) 유망 자격증 및 교육과정 소개
☆ 국민내일 배움 카드 활용한 교육과정 탐색 및 교육 참여
☆ 구직 활동을 위한 이력서 및 구직서류 작성방법 안내
☆ 생애설계자가진단을 통한 맞춤형 비용 사용 계획 수립 등
그저 간단하게 질문 정도만 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상담사분이 확실하게 전문가는 맞더군요.
전문 상담사분이 대화를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시간도 3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잠시 전문 상담사분과 나누었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재취업을 원한다면 기존에 하던 일의 연장선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저희와 같이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 없는 일반 사무직의 경우, 재취업하기에 어려움이 상당히 큽니다. 그러므로 인맥을 통해, 협력업체나 관계사에 취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는데 100% 동의합니다. 예전부터 협력사 사장님이 저보고 퇴직 후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는데, 솔직히 현업에서 직책이 있을 때 이야기지 퇴직 후는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만약 기존에 했던 일은 쳐다보기도 싫어져 다른 직종으로 바꾸려면... '돈,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회사가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을 채용할리는 없을 것이니, 새로운 직무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퇴직 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언급하였더니, 이에 대한 제안도 해주시더군요.
우리가 아는 일반적 봉사도 있지만, 과거의 직무 또는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해외봉사 활동도 있다고 합니다.
외교부나 코이카(KOICA) 사이트를 보면 해당 직무와 적합한 사람을 모집한다고 하니 한번 보면 좋을 듯하네요.
퇴직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건강보험료가 아닐까 해서, 저도 한번 문의를 해봤습니다.
퇴직 후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에게 피부양자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언뜻 들어보아도 저는 해당이 안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퇴직 후 2주 후에 건강관리보험공단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합니다. 일단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요.
35년간 쉼 없이, 숨 가쁘게 움직이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두 곳의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능력 이상으로 일을 했던 적도', '열심히 일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던 적도', '인정받고 거만했던 적도', '실패하고 좌절했던 적도',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시기하고 괴로워했던 적도',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년퇴직이 목 전에 다가오니, 모든 것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몽환적 경험이었다는 생각만 드네요.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남은 정년휴가를 다녀오면 사무실에 앉아 있을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