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12
팀은 회사 내 가장 작은 단위의 조직입니다.
하지만 팀장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자리입니다.
저도 두 개의 팀을 맡아서 약 7년 정도 팀장을 해보았는데, 팀장은 『모든 일의 시작이자 마무리를 책임지는 존재이므로 '근거 없는 자신감'』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팀원에서 팀장으로 발탁된 후, 1년도 안되어서 보직을 해임당한 후배 팀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새로운 뭔가(Something New)를 찾아서
우리 팀과 달리 후배 팀장이 맡은 팀은 나름 첨단 기술을 다루는 팀인지라,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팀입니다. 같은 실 조직 상에 있고 업무 연관도 많은 팀이라, 항상 서로 이야기하고 업무를 공유하는 사이 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첨단 업무를 하는 팀이니 사업부장 입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찾고, 이를 업무에 접목시키기를 갈망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서 불행의 씨앗이 싹트게 된 것입니다.
몇 년도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대충 7년 전이라 생각이 됩니다. 당시만 해도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스마트 글라스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사업부장은 이런 신기술을 접목하여 성과를 내고, 이를 윗분에게 보고하고 싶어 졌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 실장에서 지시를 했고, 당연히 이 업무는 바로 후배 팀장에게 배정이 되었지요.
실장 주관으로 컨소시엄형태로 구성된 업체들과의 수차례 미팅이 진행되었습니다.
'사물인식 기반의 증강현실'을 스마트 글라스에서 구현하는 방안이 수립되었고, 최고 경영층까지 보고가 됩니다. 추가로 음성인식 기능까지도 포함을 했으니, IT 기업도 아닌 제조업 기반의 기업 입장에서는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은 존재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덕분에 IT 조직이 얼굴을 못 드는 상황이 되었지요.
아시겠지만 보고서는 항상 멋지고 화려하게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경영층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여 보고 시 보여드리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완성된 후 증강현실을 통해 맞춤형 정보가 바로 눈앞의 스마트 글라스에 멋지게 표출되는 장면도 포함이 되었지요. 항상 완성되기 전 홍보물은 좀 멋지게 보이려고 과장되게 만드는 게 정상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홍보 영상과 같이 구현하는 것은,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 못하는 초기 단계인지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수 십 차례의 시작품 개발과 수정을 거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를 포함한 다른 팀장 및 직원들 생각에는, 나름 괜찮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연을 본 사업부장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홍보 영상과 개발된 제품과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불만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업부장에게 개발을 담당하는 팀원들이 불려 가, 호되게 질책을 받는 상황이 발생됩니다. 이런 안 좋은 소문은 삽시간에 전체 사업부, 실 및 팀까지 퍼지게 됩니다.
사업부장의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에 대해 실장과 팀원들은, 개발하면서 느낀 현실적 문제와 한계를 사업부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요목조목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책임져야 할 후배 팀장은 업무에 대한 깊이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업부장의 질문이나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실장이나 팀원이 대신 설명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차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가면서 사업부장에게는 무능한 팀장, 팀원들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한 팀장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매주 사업부장 주관 회의 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사업부장의 질책에 대해 팀장은 전혀 대꾸를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참다못한 실장이 대신 항변하면서, 사업부장과 실장 사이도 벌어지는 일까지 발생되고 말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나름 옆에서 들었던 현실적 한계에 대해 설명하며 거들었지만, 사업부장이 '마이동풍(馬耳東風)'인지라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열심히 노력한 팀원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팀장은 사업부장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다 못해 업무에서 배제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팀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급기야 팀장의 무능함을 성토하는 단계까지 옵니다. 종국에 팀장은 해당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관련 보고에서 아예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무능하고 무책임한 팀장으로 낙인찍히고, 인사에서 주관하는 팀 만족도 평가에서도 하위 10%를 받게 됩니다.
결국 이를 빌미로 1년 만에 팀장 보직에서 면직되었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팀장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확실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며, 이를 수행함에 있어 적극적인 지원과 책임지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팀장은...
업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나서서 '진두지휘'를 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팀원이 불합리한 상황이 맞이하게 되면, 대신 그 스트레스를 걸머지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하는 일과 팀원이 옳다는 것을 믿고, 자신 있게 보고하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팀장이 책임 질 각오를 하여야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