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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퍼스널컬러를 찾다

저는 여름 쿨톤이라고 하니, 이젠 옷을 맞춰 입으려 합니다(D-310)

혈당 조절하기가 힘들어서 외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모처럼 오붓하게 가족과 함께 주말 외식을 나갔습니다.

지난번 처갓집 식구들과 갔던 곳으로 수원 융건릉 근처에 있는 불고기 전문점이지요.

이곳은 그냥 쌈밥 전문점으로 생각될 정도로, 신선하고 다양한 쌈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워낙 쌈을 좋아해서 정말 '소여물 먹듯, 토끼가 풀 뜯어먹듯', 쌈을 원 없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과 같이 한번 더 방문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전에 받았던 5,000원 할인권도 있고 해서요.


역시 오늘도 원 없이 쌈을 먹었습니다.

밥을 거의 먹지 않고 고기와 쌈으로 배를 채우니, 뷔페에서 많이 먹을 때와 달리 속은 그리 불편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아마 혈당도 많이 안 올라갔으리라 위안도 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 있는 LF팩토리 아웃렛을 들렸습니다.

고급 브랜드가 많아 대부분 비싸기는 한데, 잘하면 좋은 옷을 싸게 구입할 수 있기도 해서 간혹 들리는 곳입니다. 성공률은 50% 정도라 반은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오늘도 특별하게 살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우연한 기회에 가족 피부톤에 맞는 '퍼스널컬러'를 알게 되어, 겸사겸사 방문한 것이지요.


혹시 '퍼스널컬러'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도 듣기는 했지만 별로 큰 관심은 없어서, 그냥 피부에 맞는 색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암담... 그리고 기쁨

작년 말에 아들 회사에서 가족 초청 행사가 있어, 저와 아내가 같이 참석을 했었습니다.

가족 초정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 참석 때는 아들이 입사한 첫해(2023년)이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여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흐림에서 맗음.png [고통과 행복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들 입사 첫해 때 가족 초청 행사가 있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참석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췌장암이라는 2차 의료기관의 확진으로 인해, 집안은 온통 '우울, 적막, 침울, 암담' 그 자체였으니까요.

마지막 희망을 품고 검사를 받은 서울대병원에서 "담도가 약간 기형적 구조로 암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췌장암이 아니다"라는 판정을 '가족 초청 행사' 딱 5일 전에 받은 것이지요.

같이 간 온 가족이 모두 부둥켜 앉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진료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많은 분들이 쳐다보는데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분들 중 어쩌면 암과 싸우고 계실 분도 있었는데, 우리가 너무 기뻐해서 좀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5일 후 얼마나 홀가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 초청 행사'에 참여했던지, 그때가 근래에 가장 즐거웠던 때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군요.


저는 여름 쿨톤?

퍼스널컬러는 '개인의 피부톤, 눈의 색, 머리카락 색 등 타고난 신체의 특성을 기반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옷을 사서 입을 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나 색을 보고 구매했지, 저에게 맞는 색상을 고려하고 산 적은 없었습니다. 아내가 보기에 잘 어울리면 그게 베스트입니다.

[퍼스널컬러 확인 중]

아들이 행사장에 가자마자 퍼스널컬러 참석을 예약했는데, 한 시간 후에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서둘러 행사 장소에 가니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꽤 관심이 있는 아이템인가 봅니다.

자리에 앉은 후 전문가로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컬러의 천을 활용하여 개인에 맞는 퍼스널컬러를 찾아주더군요.

저도 몰랐는데 어떤 색은 얼굴을 그늘지게 해서 다크서클이 만들어지거나, 팔자 주름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하네요. 앞에서 지켜보던 아내와 아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저에게 맞는 퍼스널컬러는 '여름 쿨톤'이라고 합니다.

카카오 캐릭터 튜브가 "저 컬러가 저에게 최고 잘 맞는다"라고 엄지 척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 쿨톤.png [튜브가 엄지 척한 제게 맞는 컬러]



방문한 LF 아웃렛 매장을 열심히 둘러보다 보니, "튜브"가 엄지 척한 색상의 옷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옷을 입어보니 얼굴이 환해 보인다고 하는데...

아내와 아들이 제가 이 옷을 입으니, 요롱이(腰Long이: 허리가 긴 체형)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아내는 마음에 들면 비싸도 사라고 하는데, 이게 사라고 하는 건지 말라고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일단은 옷을 제 자리에 걸어놓은 후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신발과 바지를 하나씩 사서 손에 들고, 저는 자동차 키만 달랑 들고 운전하고 집에 왔습니다.


다음번에 더 좋은 색상과 디자인의 옷이 나오기를 기다려 봐야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가족과 함께 맛있는 쌈채소도 많이 먹고, 즐거운(?) 쇼핑도 했던 하루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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