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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건축기술로 만든 새집

친환경적이고 튼튼하고 예술성도 뛰어나네요(D-303)

식사 후 산책을 나갔는데 저기 멀리에 눈에 띄는 예술 작품 하나가 보입니다.

바로 나무꼭대기에 동그랗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새집입니다.

멀리서 보니 마치 야구공이나 밤송이처럼 참으로 동그랗게 잘 지었네요.

배경인 하늘도 오늘따라 참 파래서 더 눈에 잘 띄는 것 같습니다.

새집 sum.png [파란 하늘과 둥그런 새집]



사람들이 철근과 콘크리크 덩어리로 만든 건축물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동물의 건축물을 보면 가끔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인간이 동물의 건축물을 보고 흉내를 내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새가 집을 지을 때는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이용해서 집을 짓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나뭇가지를 모아서 쌓아 놓은 것 같은데 사실은 나무 가지와 나뭇잎, 이끼나 동물의 털, 가는 뿌리 등을 가지고 만든다고 하네요. 이런 걸로 어떻게 알과 아기 새를 보호하기 위한 집이 되는지 희한하기는 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천연 접착제인 셀룰로스인데요.

식물과 나무에서 나오는 셀롤로스가 뭉쳐서 둥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물에 녹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셀룰로스라는 것이 대단하기는 하네요.

셀룰로스는 유기 화합물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생체 고분자라고 합니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포도당 분자로 구성된 복합 탄수화물 또는 다당류로 서로 연결되어 사슬을 형성해서 이렇게 단단하다고 하고요. 의외로 동물은 셀룰로스를 생성하지 않지만 식물, 해조류, 일부 박테리아 및 미생물 등에서 생성된다고 되어 있네요.



실무자였을 때는 업무가 바빠서 정신이 없었고, 팀장과 실장 때는 당면한 문제 해결과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 등을 하느라 늘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도 하늘을 쳐다보면서, 머릿속 잡념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할 겨를이 좀처럼 없었습니다.

요즘과 같이 확실히 머릿속에 고민이라는 것이 줄어들고, 여유라는 사치가 생기니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한 것이 생각이 나면 이곳저곳을 뒤져서 그 이유를 찾아보는데 오늘은 딱 새집이 눈에 뜨였던 것이지요.



바쁠수록 쉬었다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쁠수록 여유를 갖고 숨 고르기도 하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야 주변의 상황이나 문제를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과 고민 속에 매몰되어 살다 보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나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확실히 한 걸음 뒤에서 쳐다보니, 다들 숨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걸로 보이네요.


먼저 정년퇴직하신 분에게 전화로 "퇴직하니 한가하시지요?"라고 전화드렸더니, 의외로 무척 바쁘게 지내신다고 말씀하시네요. 지금까지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남이 대신해 주었거나 미루어왔던 일들을, 지금에서야 본인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런저런 핑계로 묻어둔 일이 여러 개가 있기는 하네요.


새가 둥지를 만들 듯, 저도 가족을 위한 집을 만들었습니다.

새는 둥지를 만든 후 알과 새끼를 보살피기 위해 정성을 다했습니다.

저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가족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내나 자식으로부터 큰 미움을 받지 않고 있으니, 어느 정도 괜찮은 가장이진 않았을까 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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