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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니터링 5주 차

2025.05.15

by 온호

모임 공간 개별 방의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앉아 계시는 복지사님을 보고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드렸다. 지난 주와는 확연히 다르게 가볍게 움직이는 얼굴 근육이 느껴졌다. 음료 하나를 시키고 오라는 말에 석류차를 시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다섯 번의 개별 면담 내내 늘 다른 음료를 시키는 게 재밌다.


복지사님은 오늘 면담의 물꼬를 내 컨디션을 묻는 것으로 트겠다는 것을 일부러 예고라도 하시려는 것처럼 머리를 네 번 정도 다른 위치로 움직여가며 내 안색을 살피셨다. "오늘은 기분이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가볍고 좋았다. 하기로 했던 자기 계발 공부들을 어느 정도 했고, 학교 공부 복습도 충실하게 했다. 운동도 주 4회 했다. 쌓아놓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설거지나 빨래를 미루지 않고 했다. 여동생의 부탁도 성실히 이행 중이다. 가시적인 성과의 달성은 없지만, 건강한 생활이라는 현상 유지가 되고 있었다.


가벼운 안부 묻기 다음으로는 일주일 사이 기분이 좋아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복지사님은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내가 느낄 감정에 대해 공감을 해주셨다. 그리고 지난주에 조언을 해주셨던 것을 내가 실천했는지도 확인하셨다. 해 봤더니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말씀드렸다. 시시콜콜한 내 일상 얘기를 길게 하면서 '쓸데없는 걸 하고 있나.'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땐 이런 일상적인 시간들이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다시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 자체도 많지 않지만 내 기분과 내 일이 일방적인 주제인 대화를 하는 시간은 더 없기 때문이다.


마치는 시간이 다가올 때쯤에는 새롭게 추가한 두 개의 실천 행동을 포함해서 총 다섯 개 카테고리의 실천 행동 수행 점수를 그래프에 연결해서 그렸다. 컴활 계열의 그래프 선을 이으면서, 지난주에 컴활 시험 날짜를 잡기로 했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복지사님으로부터 "돌아가시면 신청하라."는 말을 들었다. 시험날짜가 잡혀있으면 아무래도 더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 사람들을 보면 해보고 아니면 금방 접는다는데 나는 내가 지금 컴활과 관련해서 불합리한 확전을 하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계속하는 것이 해로운지 이로운지 생각해 보라니까 일단은 계속해보려고 한다. 이번 주에는 되든 안되든 시험 접수를 하고 한 번 더 응시해 봐야겠다. 불합리한 확전이라기엔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시험도 여러 번 응시한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하기 싫어서 합리화를 하는 것 같다.


졸업 후 진로, 컴활 시험, 조별 과제 한 개, 개인 과제 두 개 정도가 내 기분과 관련된 요즘 이슈들이다. 생활 속에서 이런 사소한 것들밖에 스트레스 요인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이고 행복인지 모르겠다. 청플지 개인 면담도 5월까지라 앞으로 별 다른 이야깃거리가 생길 것 같지 않은 시점에 연재도 10회째로 마무리가 되어서 잘됐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어 그만둘까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정해진 횟수를 잘 채운 것 같다. 청플지 수료식이 6월 5일로 정해졌다.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마무리가 될 때까지 이번 주처럼 건강하게 생활하고 싶다. 절제하고 감사하고 부지런하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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