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모니터링 4주 차

2025.05.08

by 온호

오전에 면담 장소로 향하면서 다운돼 있는 내 기분을 분명히 느꼈고, 그게 면담에서도 티가 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이유를 사실대로 말할지 감출지 고민을 좀 하다가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분명했고, 해결 방법 자체가 자명해서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또, 복지사님에 대한 확고한 기술적 신뢰가 없기도 했다. 그랬는데도 면담이 끝나갈 때쯤에는 복지사님이 내 기분의 원인을 찾아 던진 이런저런 접근 질문에 결국 일부를 꺼내 놓았다. 그랬더니 얄팍하게도 마음이 일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면담이 심리상담 쪽으로 진행된다면 전문적인 상담가에게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중간중간에 계속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주차부터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1:1 면담 일정을 옮기면서 오늘은 지난 열흘에 가까운 기간 동안의 일들을 얘기했다. 목표 달성 실천 점수 1점부터 4점 중에서 이번 주기에는 최대가 2점이었고 나머지는 다 1점이었다. 연휴 동안 쳐져서 지낸 영향이었다. 하려던 것들이 있었지만 불을 붙여야 되는데 스파크가 튀지 않는 상태로 내내 지냈다. 토요일에 자조모임, 월요일에 부모님과 식사, 화요일에 동생 결혼식이 없었으면 아마 더 심했을 것 같다. 심지어 그런 것들을 나가기 까지도 평소보다 훨씬 어려웠다. 사실 이번 연휴 동안 방에 서있을 때 불쑥 '아, 재미없다.'나, '굳이 더 안 살아도 될 거 같은데.' 같은 생각들이 찾아왔었다.


컴활 실기 시험 날짜를 잡아놓고 공부를 하겠다는 것에서는 아예 신청을 하지 않기도 했다. 하기로 했는데 하고 있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에 있다 보니 그게 계속 불만족을 주는 것 같다. 복지사님은 그런 것들을 줄여보자 하셨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어서 별 신경을 안 썼지만 결국은 다시 방 밖으로 나가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목적이니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어지지는 말자는 뜻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광진구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알아보고 신청하기로 복지사님과 얘기했던 것은 무사히 잘 신청하고 선정됐다. 하기로 한 것들을 모두 쌩깐 것은 아니라는 것이 주는 위안이 있었다.


복지사님은 지난주에 나에게 맞는 쉼이 뭘지 고민을 시작하셨는데, 이번 주에는 그게 뭔지 분명하게 느낌이 오신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결론은 나는 체력이 좋고 지적 호기심이나 성취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정적으로만 쉬어서는 쉬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왜 몰랐지' 싶었다. 그러고 보면 개운하게 쉬었을 때는 전부 등산이나 달리기, 서울 유람을 했을 때였다. 최근 따릉이를 처음으로 몇 번 타보면서도 좋은 기분을 느꼈는데 그게 나한테 '쉼'이 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과, 바람을 맞으면서 세상 구경하기, 석양이 있는 수변을 온몸으로 핥아먹는 것들이 정신적 만족을 크게 줬었는데.


말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고,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이든 어디든 다니면서 쉼을 가지기로 하면서 면담을 마무리했다. 다음 주에는 활기찬 모습으로 보자는 말과 함께. 부디 시작 스파크가 무사히 잘 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문제들은 쌓이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