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험

#기말고사

by 온호

있는 모든 것이 하나 예외 없이 그렇듯 어느덧 내 대학생활도 다 흘렀다. 2025년 12월 16일 겨울비 오던 날에.


나는 꿈속에서 불안감으로 헤매던 학교 공간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또, 아주 낮은 불안감 수준을 유지한 채로 마지막 시험기간도 잘 지났다.


시험일 직전까지도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하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할 땐 다른 일에 집중했다. 도배시험을 치고 건축목공시험을 치고 봉사활동 성과공유회에 가고,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고립은둔 경험에 관한 영상 촬영을 하고 헌혈을 하고 사개맞춤 되박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시험공부도 했다. 힘들 땐 앉아서 쉬었고 누워서 쉬었다. 걸으며 쉬었고 사랑하며 쉬었고 먹으면서 쉬었다. 그래도 마음이 가벼웠다. 마음이 다이어트를 한 것인지 마음을 드는 근육에 근성장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인 것 같다.


강의 시간마다 집중해서 듣고 필기해 둔 내용들을 시험지에다가 적을 수 있었다. 적을 수 없는 것들은 공부를 몇 시간 더 했더라도 적을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 있을 때 미리 복습을 해둔 덕도 봤고 공부에 쫓기는 것 같을 땐 삶의 최우선 순위를 생각해 보는 방식의 도움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방법들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천하제일 암기력 대회 소리를 듣는 무식한 빈칸 채우기식 영업관리론 시험을 15분 남기고 마치고 복도로 나왔다. 11시 15분이었다. 부족한 공부량을 메꾸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있었던 데다가 벼락치기 흐름을 위해 아침도 걸렀기 때문에 배가 제법 고팠다. 잇츠미 앱을 켜 식당 두 군데의 메뉴를 확인했다.


메뉴를 고르고 학생 식당으로 이동해서 전시 케이스를 보다가 문득 '이제 곧 이렇게 학식 고를 일도 없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게 되면 학생 용의자라는 말에 흠칫하며 제 발 저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사회인이 된다.



어제는 시험을 막 시작해서 문제를 풀고 있는데 교수님이 옆에 오셔서 다음 주쯤에 한 번 오라고 하셨다. 재입학 첫 학기를 마친 후 밥 먹으러 찾아갔던 교수님이었다. 2024년 연초에 썼던 '밥 먹으러 와' 편To do 리스트 하나씩 지우기에 이때의 일과 생각,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을 다시 읽어 보았다. 글도 다른 것 같고 생각도 다른 것 같아서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2년 사이에.


재입학한 23-2학기와 졸업하는 25-2학기에 같은 교수님과 식사를 한다는 것도 참 수미상관이 잘 들어맞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강의평가나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신청 같은 마무리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 주에는 밥을 얻어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