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와의 마지막 한 주.
2월 24일 월요일.
아직 정리가 덜 끝나 어수선한 딸 집에 한 번 더 가기로 한 날이라, 아침엔 약을 거부하는 초코랑 실랑이를 할 수 없어 일단 밥만 먹였는데, 다행히 밥은 잘 먹이고 출발했다.
남편집에 들러 초코를 내려주면서 약을 부탁했다가 아무래도 내가 먹여야 할 것 같아 같이 집으로 올라갔다. 혹시 몰라 지난주에 먹였던 스테로이드만 들어있는 약을 한 봉지 챙겨갔는데, 고기에 그 약을 섞어주니 그건 또 잘 먹었다. 역시 항생제 냄새가 싫은 건가.
정리를 하는 내내 초코생각만 가득한데, 할 일은 태산이고 진도는 잘 안 나가고 딸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던 것 같다. 그날도 역시나 하려고 했던 일들을 깔끔하게 다 마치치 못하고 바쁘게 초코 데리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부터 초코의 상태는 더욱더 나빠졌다. 밤새 힘들어하고 나 역시 같이 잠을 못 잤다.
25일 화요일.
아침해가 밝아오니 그제야 진통이 조금은 가라앉은 듯 길게 잠을 자는 틈을 타서 나도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일어나서는 국물에 약을 먹여보려고 사다 놓은 닭 한 마리를 푹 삶았다. 평상시의 초코 같으면 닭을 삶을 때부터 코를 벌름벌름 안절부절못하며 부엌을 서성거렸을 테지만, 압력솥 김을 빼고 뚜껑 열고 온 집 안에 닭고기 냄새가 확 퍼질 때쯤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닭고기를 얼마나 잘 먹는지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다.
그날 오후의 산책은 지금까지의 산책 중 가장 완벽하게 행복하고 그래서 더 슬픈 산책이었다. 강변에 있는 돌의자에 초코를 안고 앉아 있는데, 백만 가지 감정이 들고 나고, 웃었다 울었다 했다.
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와서 차문을 열었는데, 초코가 그냥 그 자리에 누워만 있어 또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차 문만 열면 촐싹거리며 내리려고 하는 초코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약을 바꿔야겠다 싶어 선생님과 전화로 상담을 하고, 내일 새로운 약을 가지러 가기로 했다.
저녁약은 스테로이드 없이 진통제와 항생제만 들어있는 거라 초코가 너무 거부하면 저녁에는 먹이지 말고 내일 새로운 약부터 잘 먹이라 하셨다. 약을 먹여야 하는 부담감이 사라지니 그날 저녁은 마음이 좋았지만, 그 밤 초코는 밤새 헉헉거리고 너무나도 괴로워했다.
새벽 5시 넘어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초코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잠든 사이에 초코는 혼자서 힘들어했던 건가, 아니면 초코도 잠깐 편안해져서 잠을 잘 자서 내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던 건가..
26일 수요일.
오전에는 초코 마지막 가는 길에 둘러줄 면보를 세탁해 두었다. 이제는 정말 작별의 시간이 너무 가까이 와있는 느낌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거짓말 같다.
병원 가기 전 잠시 들른 체육공원.
초코와의 마지막 산책.
아마도 어렴풋이 이것이 마지막일 거라고 예감은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에 초코와 나만 있는 듯 걸었던 그 산책길을 내일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이번에는 같이 안 들어가고 나만 얼른 가서 약이랑 습식사료를 사들고 왔고, 집에 오는 길에 소고기도 사 왔다. 배가 고팠는지, 약이 바뀌어서 그랬는지 습식사료랑 섞은 약도 잘 먹고, 소고기도 잘 먹었다. 세상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 초코가 또다시 힘들어했다.
아까 낮에 엄마아빠 집에서 초코가 편안하게 누워있던 게 불현듯 떠올라 초코를 안고 건너가니, 들어가자마자 현관 앞 타일에 털썩 엎드린다.
평소에도 초코가 그 자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이불 하나 깔아준다고 또 억지로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애기를 힘들게 했다. 다행히 초코는 그 밤 한 번도 안 깨고 푹 잘 잤다. 약발인가, 타일이 시원해서였을까. 할머니할아버지 집이 좋은건가. 정답은 결코 알 수 없지만, 초코가 그렇게 편하게 잔 게 얼마만인지.. 나도 그 밤은 오랜만에 푹 잤다.
27일 목요일.
이 날 아침부터 초코는 밥도 잘 안 먹기 시작했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10시가 다 되어갈 시간에 먹여봐도 닭고기는 고개를 싹싹 돌리며 거부하더니 소고기 조금 남은 걸 구워주니 그래도 그건 하나씩 하나씩 엎드린 채로 마지못해 받아서 먹었다.
오전 11시쯤 엄마가 초코 구워주라며 최고급 한우 한 팩을 사서 우리 집에 오셨다.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아니 싫어하는 엄마는 그동안 초코라서 그나마 말 걸어주고 가끔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런 엄마가 사다 준 소고기라 더 마음이 짠하고 슬펐다. 초코가 그 소고기를 잘 먹어도 맘이 아프고, 안 먹어도 너무나 슬플 것 같았다.
우리 초코 그 소고기 맛이 맘에 들었나 보다. 아침을 너무 조금 먹어 점심 때 바로 구워주니 아침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맛있게 잘 먹는다. 이구 내 새끼..
그렇지만 기운은 여전히 없고 불러도 반응도 없고, 쉬할 시간이 훨씬 지나서 초코 쉬하러 갈까 해도 그냥 누워만 있더니 끙하고 힘을 한 번 내서 자기가 걸어서 나가 쉬를 했다. 이제 정말 산책할 힘도 없구나 우리 초코..
쉬를 하고 나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걸 안아서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내내 울었다. 지금 이 풍경들이 초코가 마지막 보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니 그게 그렇게 슬펐다. 정작 초코는 눈이 부신 듯, 얼른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듯했는데..
오늘 밤도 엄마집에서 재우면 초코가 편할까 싶어 데리고 갔다가 다음 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내일 아침 초코를 집으로 어찌 데려갈까 걱정이 되어 그냥 도로 집으로 왔다. 아픈 몸으로 왔다 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뭐 하는 짓인지 나 스스로도 너무 한심했다.
현관에서 마당까지는 초코가 걸어서 나왔는데, 잔디밭에서 잠깐 멈추더니 응가를 했다. 응가 마려워서 힘을 냈구나. 어제까지의 응가 색깔과 달리 그날 본 변은 마지막 나온 게 무척 검은색이었다.
집에 와서 또다시 밥과 약을 거부하는 초코를 억지로 억지로 소고기 한 번 더 구워서 먹이고, 약은 주사기에 넣어 세 번에 걸쳐 쏴서 먹였다.
반은 흘리고 반은 초코 입가에 다 묻고 초코는 기를 쓰고 피해 다니고 짖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약발이 조금은 들었는지 잠시나마 편하게 잤다. 밤이 깊어지기 전까지는..
잠깐 잠들어 있는 초코의 숨소리에서는 망치로 빈 쇠파이프를 두들기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이 세상 소리 같지가 않다.
28일 금요일.
2월의 마지막날. 이 날은 어찌 된 일인지 오전과 오후의 기억이 깡그리 사라졌다. 오후에는 어제보다 더 힘들게 응가한 기억만 있는데, 역시 색깔이 아주 까맸다. 초코의 마지막 응가였다. 저녁때 딸에게 초코 사진 보내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한 내용이 카톡창에 남아 있다.
처음 병원에 가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 먹인 이후 초코는 부쩍 밥 욕심도 더 많아지고, 물도 엄청나게 마셨는데, 스테로이드를 먹으면 다식, 다음, 다뇨가 나타난다는 걸 선생님한테서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덜 아플 때도 초코는 갑자기 깜짝 놀란 듯 벌떡 일어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숨을 몰아쉬었는데, 그게 통증이 밀려와서 그랬다는 걸 나는 거의 마지막에나 알아차렸다.
금요일 딸과의 대화 내용을 보니 초코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계속 헉헉거리고, 벌떡 일어나서 물을 엄청나게 마시고, 엄마는 약 먹이느라 진이 다 빠지고, 맨날 울면서 지낸다는 내용.. 그런 대화들이 남아 있었다.
이 밤의 통증은 그 이전과는 또 다른 통증이구나 직감적으로 느꼈다. 출산 초기의 진통처럼 한꺼번에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진통이 지금까지 통증이었다면 금요일밤부터 새벽 내내 초코는 단 1초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계속 밀려오는 통증만 있을 뿐. 밤새.. 아침까지..
바라는 건 이제 한 가지뿐이었다. 초코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잠 자다가 갔으면..
3월 1일 토요일.
3월 첫날의 기억도 거의 사라지고 없다.
엄마집 잔디에서 쉬를 하고 그냥 그 자리에 멀뚱히 서있는 초코가 그 와중에도 너무 이뻐서 사진 몇 장 찍어놓은 것으로, 그날 아픈 애기를 데리고 나는 또 초코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싶어 엄마집으로 갔구나 할 뿐이다.
계란 노른자를 점심 간식으로 맛있게 먹은 건 기억이 난다. 동생이 오는 주말이라 동생과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아있다. 단편단편 기억이 있긴 하다.
고양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동생은 얼마 전 제일 이뻐하던 막내를 급성 복막염으로 하늘나라로 보냈다.
언니한테 이런 말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애기를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지 않나 했다.
자기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애기가 의식마저 잃어 제대로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보낸 게 두고두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초코도 의식 있고 마지막 인사할 수 있을 때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도 초코를 위한 것이 아닐까 했다.
처음 종양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이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럼 마지막은 안락사밖에 없는 건가, 그 생각이 너무나 진저리 나게 무섭고 싫었었다. 아직은 초코가 밥도 간식도 먹고 싶어 하고, 쉬도 응가도 자기 힘으로 하고,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아니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초코 약을 어떻게든 먹여서 쌩으로 앓는 일 없게 하려고, 조금 있다가 다시 온다는 동생에게 초코 간식을 부탁했었다.
내 손으로 직접 해 주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었던 게 내 욕심이었지만, 약을 먹이려면 향이 센 간식이 필요했다.
이것저것 동생이 잔뜩 사들고 와서 건네주고 간 것 중에, 제일 향이 세서 초코가 허겁지겁 먹을 만한 것으로 골라 약을 타보았다. 그러나 초코는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약을 안 먹는다는 푸념을 저녁때 동생과 통화하면서 했더니, 그러면 진통주사를 맞혀야 하지 않나 했다.
원주병원에서 아주 강력한 진통제는 본원에 없다 했는데, 그럼 영월 동물병원? 그런데 지금은 밤이고, 내일은 일요일이고, 월요일은 삼일절 대체휴일인데 어떡해?내가 직접 놓을 수 있다고? 어떻게?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나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애기가 약 안 먹는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초코의 고통을 진심으로 느낀다면 물리면서라도 억지로라도 먹여야 하지 않았나. 참기 힘든 갑갑함과 분노가 몰려와 미친 듯이 약을 물에 타서 주사기에 채워 넣고, 종이컵을 잘라 초코입에 씌우고 그 안으로 약을 미친 듯이 쏘았다.
초코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며 짖고, 으르렁거리고, 구석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 집엔 초코가 숨을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 사실이 그 와중에도 가슴 아프고 나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나도 그때 미쳐있었나 보다. 미친년처럼 엉엉 울면서 그런 애기를 붙잡아서 억지로 억지로 입에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코랑 턱에만 묻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쏘고 또 쏴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게 또 너무 미안해서 달래주려고 초코가 좋아하는 간식을 조금씩 잘라서 입에 넣어주니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와서 맛있게 드신다 우리 초코..
지나고 보니 이 날의 나의 이런 미친 짓거리가 초코를 너무 흥분시켜 놓아서 갑자기 더 안 좋아진 건 아닐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3월 2일 일요일
초코는 약을 먹고도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고, 아까 거의 다 흘려서 약효가 없는 건가 싶어 밤 12시에 저녁약을 또 한 봉지 터서 이번에는 꿀에 섞어서 먹여보기로 했다.
초코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통증이 밀려올 때면 미친 듯이 나에게 뽀뽀를 했었는데, 뽀뽀를 하기 전에 내 턱이랑 입술에 약을 묻혔더니 처음엔 정신없이 핥다가 이상했는지 더 이상 뽀뽀를 하지 않았다. 그럼 이번에는 손가락에. 뽀뽀를 못하니 손이라도 핥고 싶었을 텐데, 거기서도 약냄새가.. 그래도 꿀에 섞은 약은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손가락에 묻은 꿀을 약이 섞여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은 빨아먹었다.
제발 약효가 퍼지길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안 되겠다. 초코야, 병원 가서 진통주사 맞고 오자하고 일어서지도 못하는 애기를 억지로 안아 차에 태우고 원주로 달렸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 조금 넘은 시간. 그 시간에 당직을 서고 있던 선생님이 초코를 보시더니 애기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다 하신다.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고 있었는데도. 그래서 간 건데도.
진통주사를 맞으며 초코는 엄청나게 소리를 질렀다. 주사 맞으면서 그렇게 아파하는 건 처음 봤다.
그런데 맞고 나서 초코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나를 막 핥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핥지를 못해 보니 혀가 왼쪽으로 돌아가있었다. 다행히 잠시 후에 혀는 제대로 돌아왔지만, 주사를 맞기 전보다 더 힘들어했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안락사 이야기도 꺼내신 거 같은데, 그때 너무 경황이 없어 대화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도 나는 아직 애기가 밥도 먹고 싶어 하는데요라고 말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암통증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대체 초코의 아픔에 대해 100분의 1이라도 느끼고 있었던가.
처음 검사 때 항암치료를 얘기하며 선생님은 아이들의 삶의 질에 대해 말씀하셨었다. 5개월 치료받고 1년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말에, 1년이요.. 나도 모르게 그런 투의 말이 나왔을 테고, 선생님은 강아지에게 1년은 엄청 긴 시간이라고 하셨다. 그럼 치료받는 5개월의 고통은요. 5개월도 너무 긴 시간이잖아요. 그 말은 입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나는 왜.. 항암만 괴롭고 힘들다고 생각을 한 건지, 암이 가져올 이 엄청난 통증은 왜 생각을 못한 건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우리 초코에게는 그 아픔이 피해 가서, 나와 편안한 시간 보내다가 평온하게 갈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약효가 퍼지는 데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초코를 안고 나와 차 보조석에서 계속 안고 있었다.
초코가 괜찮아지면 출발하려 했건만, 40분이 지나도 초코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세 번 정도 숨이 거의 넘어갈 뻔하는 걸 초코야 초코야, 집에 가자, 집에 가자 다급하게 다시 안고 또 고쳐 안고, 숨쉬기 조금이라도 편하라고 차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가, 또 추우면 더 심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 닫았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앉았다가.. 우리 초코 여기서, 병원 주차장에서 죽으면 어떡해. 안돼 안돼.. 초코야 집에 가자..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동생을 부를까. 차는 두고 동생차로 집에 가야 하나. 지금 여기는 병원 앞이고, 초코는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바로 다시 올라가서 초코를 안락사시켜줘야 하나. 그게 초코를 위하는 길인가. 안돼, 안돼, 우리 초코를 그렇게 보낼 수 없어. 어떻게든 집에 가자, 초코야.
초코를 조심스레 조수석에 눕히고 얼른 운전을 시작했다. 가는 내내 초코는 내 옆에서 너무나 괴로운 숨을 헉헉거리고, 나는 그저 오른손으로 초코를 쓰다듬으며 왼손으로 운전을 하며 빨리 집에 가야지라는 생각 말고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고, 이상하게 차분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