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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선물? 국룰이 되어버린 휴대폰…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은?’ 이 질문, 더 물을 필요도 없죠.
당연히 휴대폰입니다.
‘키즈폰’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어린이집, 유치원 다닐 땐 선생님과 바로 연락이 가능했고, 아이도 오후 3~4시에 마쳤으니까 필요가 없었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시다시피, 돌아서면 하교 시간입니다. 오후 1시에 하교하거든요.
맞벌이 가정이라면 멘붕이죠.
부모는 퇴근 전까지 회사에 있고, 아이들은 학원 투어 중.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마음, 정말 이해돼요.
부모는 안심, 아이는 게임 삼매경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부모나 학원차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꺼냅니다. 앉은자리에서 조용히 보고 있어요. 언뜻 보면 순한 양 같지만, 와이파이 잘 터지는 교내 자리 찾아 게임에 몰입 중인 경우가 많죠. 부모의 불안한 마음에 사준 그 휴대폰은 사실상 고성능 게임기.
교사 입장에서도 난감합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폰 사용에 대해 주의를 주기도 애매하고, 간섭하면 사생활 침해 소리 듣기 십상이거든요. 괜히 뭐라 했다가 “우리 아이 왜 감시하셨죠?” 이런 항의라도 들어오면 참 난처합니다.
아동 발달 시기에 휴대폰이 인지·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말 안 해도 아시죠.
이 나이엔요, 하늘땅 별땅도 하고, 얼음땡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면서 사람에 부딪히고, 느끼고, 그러면서 사람을 배우는 거예요.
그래야 사람 사이 관계도 배우고, 싸웠다 풀기도 해 보고, 동네 형 동생들과 위아래 서열도 익히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도 터득하니까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 – 학원 – 집 루틴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리고 밤늦게 돌아와 또래 관계에서 못 채운 외로움을 유튜브로 채웁니다.
계절도, 식물도, 동물도, 여행도 다 유튜브로 배웁니다
여긴 캐나다
비 오는 날 비 맞는 게 당연하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게 일상이에요. 흙 파고, 나뭇잎 장난도 하고…
운동장에서 휴대폰 보는 아이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많이 순수합니다.
우리가 도착한 그 여름, 이민자 자녀 대상 여름 캠프가 있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주일간.) 한국으로 치면 다문화가정센터나 가족센터에서 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비슷해요. 요리 수업, 옷 만들기, 드로잉, 버스 타고 영화관 나들이, 거기서 팝콘에 아이스크림까지. (참고로 여긴 일정표 안 줍니다. 학교에서도 시간표는 알 수 없어요. 그냥, 부모는 믿고 보내는 게 룰이에요.)
캠프 활동은 100% 영어. 한국인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걱정됐죠. 하지만 제가 픽업을 하러 가면, 아이는 매우 아쉬워했어요. 캠프에서 사귄 친구들을 저에게 한 명 한 명 소개해주었어요.
그리고 아이는 자신 있게 말했죠.
“나 똑똑해서 선생님들이 다 나 좋아해~”
그 말 한마디에, 전 그냥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울지 않고 낯 선 그곳에 혼자 간 것만으로도 기특한데,
저렇게 신나 하니 기특 x100.
아이의 끝없는 도전
캠프가 끝나면 아이는 “집에 안 갈래.“라고 했어요. 다시 운동장으로 쪼르르 갑니다. 아이는 말했어요.
“엄마, 나 몽키바(철봉) 여기 애들 중에 제일 못해…”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씩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다칠까 봐 제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손에 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박혔어요. 상처가 나도, 매일 했어요.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캐나다 초등학생은요, 몽키바 좀 해야 놀이할 때 껴줘요.
한국에선 다칠까 봐 철봉 근처도 못 가게 했는데, 여기선 그냥 올라가서 매일 연습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대견했습니다. 이곳 문화를 따라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렇게 하루하루,
작은 도전들이 쌓여가고,
우리 아이는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