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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마법의 순간이 펼쳐집니다.

사랑과 존중이 가득한 학교, 아이가 느끼는 특별함

by Ella


다음 주에 내 생일이야.”
“내일이 내 생일이야!”

오늘은 내 생일이야!”
“어제가 내 생일이었어.”


초등학생이 생일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아시나요?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설렘은 커지고,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질간질 올라옵니다.


그럴 수밖에요. 생일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진심으로축하받는 날이니까요.


그날만큼은 아이가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주인공이 되고, 환영받고, 사랑을 듬뿍 받는 날.
자존감은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몰라요.
생일인 아이를 마음껏 축하해주고, 아이는 그 축하를 온전히 누리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이 학급 아이의 생일을 챙기기도 합니다.
반 친구들 모두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이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자신의 생일날을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캐나다의 학교에서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생일을 챙겨줍니다.


아침 방송 시간.
"Today we have some birthdays!

Matteo in Division 2, Mokin in Division 5, and Jane in Division 7!"
( *Div 2 = 2반)

전교생 앞에서 생일을 맞은 아이들의 이름이 소개되고, 모두의 축하 메시지가 전해집니다.


방송이 끝난 후, 생일을 맞은 아이들은 오피스로 향합니다. 오피스에서는 'Birthday'라고 적힌 생일 브로치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오피스는 한국의 행정실 개념이며,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

교장 선생님이 계시면, 따뜻한 축하 인사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오피스에서 나눠주는 생일 브로치


이제 아이는

브로치를 다는 순간, 평범한 초등학생에서 생일 요정으로 변신!


복도에서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들, 심지어 처음 보는 아이들까지 말해줍니다.
"Happy birthday to you~!"

아이에게 하루 종일 생일 축하가 쏟아집니다.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길.
다시 마주친 선생님이 아이에게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오늘 생일이지? 정말 축하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은 어쩌면 아이보다 더 뿌듯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브로치 착용한 생일요정





아이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학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을 축하받는 날이라니요.
아이 마음에 이 기억이 오래오래 따뜻하게 남아주길 바랍니다.


한국이든 캐나다든, 어떤 사정으로 인해 가족이 아이의 생일을 충분히 챙겨주지 못할 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될 거예요.

학교에서 이렇게 따뜻하게 축하해주니, 아이는 자신이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될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날이 그 아이에게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복받은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생일은 그 아이가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의미 있는 날이니까요.




* 물론, 이 이야기가 캐나다 모든 학교의 모습은 아닙니다. 이건 그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만의 특별한 방식일지도 모르죠.


생일이 주말이나 방학과 겹치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주말이 시작되기 전날, 방학이 시작되기 전날 꼭 생일 축하 이벤트를 해줍니다.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모든 아이가 축하받을 수 있도록요.


그리고 고학년이 되는 6학년, 7학년쯤 되면 생일 브로치를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건 전적으로 아이의 선택이고, 그 마음을 학교는 존중합니다. 생일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결정도, 아이의 몫이니까요. 강요는 없습니다.




한국 학교에 이런 방식을 도입한다면..?

“왜 브로치 색깔을 이렇게 정했냐?”

“우리 아이는 브로치 달기 싫은데 꼭 해야 하냐?“

“우리 아이는 주목받는 게 싫은데 왜 전교생 앞에서 생일 축하를 해야 하느냐?”

“왜 내 아이 생일인데, 우리 아이 이름은 안 불러줬냐?” 하는 민원이 쏟아질 게 눈에 선합니다…


생각만 해도 피로도가 확 올라가네요.

그래서 그냥 이런 건 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이듭니다.

(단지 제 개인적인 상상이니, 너무 심하게 비판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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