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Helper 모두를 빛나게 하는 것.
“내가 반장이야!” 하고 자랑하던 한국의 초등학생의 모습은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며 ‘스페셜 헬퍼(Special Helper)’가 되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 그 주인공은 제인이.
두 달에 한 번쯤 돌아오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스페셜 헬퍼’는 선생님을 돕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단순한 하루의 역할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에겐 꽤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입니다.
이 날의 또 다른 재미는 ‘미스터리 가방(Mystery Bag)’ 놀이입니다. 스페셜 헬퍼가 된 아이는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을 숨겨 가져오고, 친구들과 스무고개 놀이를 통해 그것을 소개합니다.
발표도 해보고, 새로운 단어도 익히며, 자연스럽게 수업과 연결됩니다.
교과서가 없는 캐나다 초등학교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은 놀다 보면 말도 익히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말하고, 듣고, 공감하는 법을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전날 밤 아이와 저는 어떤 물건을 소개할지 저녁 내내 고민하며 미스터리 가방 활동지를 정성껏 적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버벅거릴까 봐, 몇 번 연습도 해보았습니다.
제인이는 태어나서 썼던 베개가 애착물건입니다. 그래서 캐나다에도 가져왔어요.
이 베개는 자신이 언제부터 썼는지, 베개 안이 왜 뚫려있는지 물어봅니다.
미스터리 가방 덕분에 자신의 히스토리도 알아가는 소중한 대화가 되었어요.
두둥, 다음 날 아침 스페셜 헬퍼에겐 작은 특권이 하나 있어요. 등굣길 줄 맨 앞에 설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문을 열어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즐거운 얼굴로 등교하는 아이를 보며, 저도 행복했습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 와~”
몇 달 살아보니, 캐나다의 분위기는 한국과는 꽤 다릅니다.
한국은 모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표부터 뽑는 문화지만, 이곳은 ‘리더’보다는 ‘봉사자(Volunteer)’라는 개념이 더 강조됩니다.
회비보다 자율 기부금(Donation)이 익숙하고, 작은 동물원이나 행사장에서도 입장료 대신 기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행사도 자율적인 기부금을 받습니다.
이런 흐름은 캐나다 교육의 핵심인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과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학교에서도 ‘대표’보다는 ‘함께하는 사람’,
‘이끄는 리더’보다는 곁에서 돕는 사람의 가치를 먼저 가르칩니다.
캐나다 중·고등학교도 ‘반장’ 대신 ‘학생회(Student Council)’가 중심입니다.
학급 안에서 이루어지는 반장은 없지만 필요에 따라 특정 프로젝트나 발표 때 임시로 리더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어서 상황 중심의 리더라고 합니다.
학생회는 전교단위이고 회장, 부회장, 서기, 회계처럼 역할이 나뉘고, 지원하거나 선거로 선출되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대표’가 되는 것보다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는 것.
책임을 짊어지기보다는, 함께를 위해 움직이고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빛나는 리더가 되는 것보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사람이 되는 자리.
그게 이곳이 말하는 리더의 모습 같아요.
제인아,
진정한 리더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사람이란다.
문화와 생각이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네가 보여줄 따뜻한 리더십이
너를 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