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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30. 2022

서프라이즈

지음이의 일기 3


서프라이즈     

2021.10.3.일요일

 저녁때 나와 누나는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피곤하다고 밥을 먹지 않고 침대에 누워계셨다

닭강정 먹고 싶다” 엄마가 하시는 말을 들었다

 나와 누나는 엄마 몰래 용돈을 챙겼다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닭강정을 사러 닭강정집에 갔다

 날씨는 조금 따뜻했다어두웠지만 가로등이 있어서 밝았다.

 나는 닭강정을 들고누나는 콜라를 들었다집에 도착했다엄마는 우리를 보고 너무 기뻐하셨다집에 오는 동안 엄마가 사실을 알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괜찮았다다음에도 서프라이즈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서프라이즈는 누구에게??



그런 날이 있다.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때는 저녁 식사 시간이었고, 아이들 밥을 차려줘야 했다. 마침, 아이들이 집에 있는 컵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그냥 먹으라고 했다. 누워있는데, 배가 살살 고팠다. 배고픔과 피곤함이 섞여 먹을지, 잠을 청할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났다. 이 음식이면 몸을 일으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닭강정이다. 그것이 먹고 싶었다. 얼마 전 동네를 지나가면서 닭강정 집에서 강정 튀기는 냄새를 맡은 적이 있다. 모든 피곤이 사라지는 것 같은 마법의 향기. 그 향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닭강정 먹고 싶다….” 혼잣말로 중얼거려 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띠띠띠띠 띠로리~”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 누구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손에는 정체 모를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었다. 

“너희 어디…. 갔다 왔어?” “손에 든 건 뭐야?”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서프라이즈~”라고 봉지를 내밀었다.     

 알고 보니 아이들은 내가 닭강정 먹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용돈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닭강정을 사서 온 것이다. 순간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 그 길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순간 놀라기도 했고, 자전거에 야간등도 없는데 위험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스쳐 갔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분된 목소리와 표정을 보니 그런 생각을 싹 사라졌고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과 닭강정을 함께 나눠 먹었다. 진짜 서프라이즈는 닭강정이 아니라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아이들은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소중한 용돈을 털었다. 평소에 캄캄한 밤을 무서워했던 아이들은 오롯이 자신들의 용기로 어둠을 뚫었다. 

 분명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피곤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을 안고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팔짝팔짝 뛰기도 한 것 같다.     

 피곤을 잊게 하는 것은 닭강정 뛰기는 냄새가 아니라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란 걸….

아이들이 알려주었다.      

“고마워. 애들아.”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편은 요즘 부쩍 저녁에 혼자 소파에 누워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치킨”

“햄버거”

“빨대컵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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