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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30. 2022

혼자 물리치료 받은 날

지음이의 일기 4

2021년 11월 22일 월요일     

제목혼자물리치료 받은 날     

나는 매일 5시쯤 부모님과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나 혼자 병원에 혼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귀찮다고 나 혼자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혼자 갔다.

혼자 가니 치료 시간이 더 늘어나고 더 많이 한 것 같았다

이제 나는 공부를 끝내고 곧 병원에서 30분 동안 누워있어야 한다.

나는 놀고 싶고빨리 공부를 끝내고 마음 편하게 있고 싶은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친구랑 축구 하다가 발가락을 다쳤는데, 너무 아파”

아들의 전화를 받고 순간 머리가 멈췄다.     

발가락 골절. 전치 5주. 

깁스해야 한단다.      

인생 처음 깁스를 하게 된 아들은 신기한 듯 목발을 짚으며 금세 적응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에 적응이 될 리가 없었다. 

당장, 아이는 매일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내 기억엔 아빠 찬스, 외할머니 찬스, 누나 찬스, 동네 이모 삼촌 찬스 쓰면서 

한 달간 아이가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기는 충격적이다!!

혼자, 물리치료를 다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몇 번 아이가 혼자 간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내 기억에 흐릿한 며칠이 아이에겐 전부인 것처럼 기억되다니. 

무슨 일기에 “혼자”라는 말을 저렇게 많이 썼을까?

심지어 제목도 ‘혼자, 물리치료 받은 날’이다.

그래서, 혼자 가서 좋았다는 걸까? 싫었다는 걸까? 

혼자서 물리치료를 받았으니(나 이렇게 대단한 일을 했으니) 

공부를 그만하고 놀고, 쉬고 싶다는 것 같다. ‘요녀석...’     

사실,

아이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게 되면 부모는 좀 더 편해진다.

아이가 숟가락질을 시작하면 더는 밥을 떠먹여 주지 않아도 된다.

뛰기 시작하면 더는 넘어질까 손 잡아 주지 않아도 된다.

혼자 잠을 자기 시작하면 이른 저녁 아이 방에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누워 자장가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 목이 쉬도록 책을 쌓아놓고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

참 편해진다.     

부모는 조금 편해지고, 

아이는 혼자 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모두 엄청 뿌듯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아이에게 

혼자 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그 시점이 올 때,

부모는 

정작 그 순간이 낯설고 어색해진다.     

그날이 와도 

한 번씩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걷고 싶다.

그날이 와도

좋아하는 계란말이 아이 입에 쏙 넣어주고 싶다.

그날이 와도

한 번씩 아이 침대에 들어가 못다 한 수다를 하며 잠이 들고 싶다.

그날이 와도

아이 옆에서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을 같이 읽고 싶다.     

그날이 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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