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발품뉴스 DB (경회루)
해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으면, 서울 중심에 위치한 경복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은은한 조명이 처마를 타고 번지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궁궐을 찾은 이들은 한층 더 깊어진 역사 속으로 빠져든다.
이 아름다운 야간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경복궁 야간 개장이 5월 8일부터 시작돼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상반기 일정은 총 39일간 진행되며, 매주 월·화요일과 6월 4일은 휴궁일로 운영되지 않는다.
오후 7시에 입장이 시작되며 관람 마감은 밤 9시 30분이다. 다만 입장은 8시 30분에 종료되므로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특히 해가 늦게 지는 6월에는 조명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늦어진다. 해질 무렵의 경복궁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조명과 어우러진 고궁의 진면목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후 8시쯤 입장하는 것이 적절하다.
출처: 발품뉴스 DB (광화문)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과 근정문을 통과하면, 궁의 중심에 우뚝 선 근정전에 도착하게 된다. 밤하늘 아래 근정전은 은은한 조명을 머금고 한층 더 고풍스럽고 장엄한 자태를 뽐낸다.
밝고 화려한 빛이 전각의 곡선과 세밀한 단청을 돋보이게 하며, 마치 시간 너머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야간 개장의 백미로 손꼽히는 경회루에서는 많은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춘다. 넓은 연못 위에 세워진 경회루는 밤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수면 위에 비친 건물의 그림자와 실물이 겹쳐지며 마치 ‘두 개의 경회루’가 존재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출처: 발품뉴스 DB (근정전)
이 장면 앞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며, 누구나 셔터를 누르게 된다. 고요한 물빛과 그림자의 조화는 밤의 궁궐이 주는 정적과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복궁 야간 개장은 매년 큰 인기를 끌며 ‘예매 전쟁’으로 불릴 정도의 치열한 경쟁을 동반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4월 30일부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시작된 예매는 오픈 직후 주말 좌석이 대부분 매진됐다. 1인당 4매까지 예매할 수 있고, 하루 입장 인원이 3000명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예매가 관건이었다.
출처: 발품뉴스 DB (사정전)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평일에는 일부 잔여 좌석이 남아 있고, 특히 주말 취소표가 종종 나오기 때문에 틈틈이 확인한다면 관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예매는 관람일 전날 자정까지 가능하고, 취소는 오후 5시까지 할 수 있다. 단, 당일 예매는 불가능하므로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신분증이나 여권을 지참하면 광화문 매표소에서 현장 예매가 가능하다. 하루 300매 한정으로 1인당 2매까지 살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조기 마감될 수 있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이번 상반기 야간 개장 기간 중 특히 주목을 끌었던 콘텐츠는 국악 공연이었다. 국립국악원의 연주자들이 수정전에서 펼친 여민락, 수룡음, 대취타 등 궁중음악 공연은 전통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
출처: 발품뉴스 DB (사정전 내부)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단 4일간 진행된 이 공연은 조선 왕조의 기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아쉽게도 지금은 이 특별한 무대가 이미 종료된 상태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국악 공연은 해마다 하반기 야간 개장 기간에도 편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반기 공연 날짜를 참고 삼아 하반기 계획을 미리 세운다면, 조선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경복궁 야간 관람의 입장료는 단 3000원이다. 서울에서 이만한 가격으로 역사와 예술, 전통이 어우러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출처: 발품뉴스 DB (일몰 전 경회루)
더불어 일부 관람객은 무료 입장도 가능하다. 만 6세 이하 유아(보호자 예매 필수), 만 65세 이상 어르신, 한복 착용자, 국가유공자 및 그 배우자, 장애인(중증은 동반 1인 포함), 국가유족증 소지자 본인 등은 신분 확인을 통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낮의 북적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고궁의 밤. 역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시간 속에서 도심의 번잡함을 잊고, 고요히 펼쳐지는 궁궐의 품격을 느껴보자.
올봄이 지나가더라도 가을이 다시 찾아올 테니, 다음 야간 개장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충분히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