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두 번 시작된다.
아침엔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밤에는 천을 만지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낮에는 카페 사장, 밤에는 패션 브랜드 대표.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니고, 누구의 지시도 없지만, 이 두 개의 타이틀은 매일같이 나를 부른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하나만 해도 벅찰 텐데, 왜 둘이나 해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웃는다.
“사실, 둘 다 하니까 버틸 수 있었어요.”
카페는 나를 붙들고, 브랜드는 나를 곧게 세웠다.
하나는 내 발을 현실에 딛게 해 주고, 하나는 내 시선을 앞으로 당겨준다.
어느 한쪽이 없었다면 나는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카페는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게 만들고, 브랜드는 매일 같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한다.
하루가 두 번 시작되는 일.
그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아침엔 재고를 체크하고, 원두를 손질하고, 직원과 일정을 나누고, 손님의 표정을 기억한다.
밤엔 천을 펼치고, 실루엣을 스케치하고, 단추 하나에 마음을 얹고, 내가 만들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루 종일 감각을 쓰고, 사람을 마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
가끔은 일정이 엉키고, 머릿속에서 카페 재고와 옷 샘플 일정이 충돌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칠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욕심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질문이 하루를 짓누를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밤마다 조용히 스케치를 하다 보면 나는 다시, 나를 믿게 된다.
아, 나는 오늘도 살아냈구나. 내가 만든 리듬 속에서 나는 나답게 하루를 채워가고 있구나.
이건 무리한 욕심이 아니라, 지켜내고 싶은 감각들에 대한 존중이다.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두 개의 하루를 살아간다.
카페에서 배운 태도는 브랜드의 철학이 되었고, 브랜드를 통해 말하고 싶은 마음은 다시 카페 안의 공기를 바꾸었다.
서로 다른 두 일 같지만 결국엔 나를 중심으로 같은 마음에서 흘러나온 삶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손엔 커피를, 한 손엔 실루엣을 들고,
내 하루를 두 번 살아낸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가끔은 흔들리고, 때로는 무섭고, 혼자라는 기분에 잠기는 날도 있다.
하지만 두 개의 하루가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준다.
조금 피곤해도, 조금 불안해도, 이렇게 살아내는 하루가 가장 나다운 하루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