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쁜 옷이 입고 싶어서 그 다음 날의 아침을 기다린 적이 있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였지만, 옷장에 걸린 그 옷 하나 때문에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내일은 괜찮을지도 몰라, 그런 마음이 생겼던 밤.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있다.
그래서 옷을 만들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혹시, 누군가에게 이 옷이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단추 하나, 소매의 주름, 움직일 때의 실루엣, 부드러운 어깨선.
이 모든 요소들이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부드럽게 감싸주기를.
나는 누군가가 이 옷을 입는 날 아침, 그날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기분이 흐트러진 날, 스스로가 작아지는 날, 괜히 모든 게 거슬리는 날.
그런 날, 옷 한 벌이 마음을 다잡게 해 준다면 그건 디자이너로서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옷’ 일 수 있지만, 어떤 날엔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를.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나는 ‘옷을 만든다’는 말보다 ‘하루를 돕는다’는 말이 더 좋아졌다.
누군가의 옷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에 닿고 싶은 마음.
입는 순간 정돈된 기분이 들고, 거울 앞에서 “그래, 오늘도 괜찮아”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옷.
내가 꿈꾸는 옷은 그런 옷이다.
옷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입는 사람이 특별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천을 고르고, 핏을 다듬고, 실루엣을 상상한다.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 내일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
그 마음을 누군가가 내 옷을 입으며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하루가, 그 다음 하루까지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바란다.
이 옷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지켜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