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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기를〉

by 김예지

나는 예쁜 옷이 입고 싶어서
그 다음 날의 아침을 기다린 적이 있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였지만,
옷장에 걸린 그 옷 하나 때문에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내일은 괜찮을지도 몰라,
그런 마음이 생겼던 밤.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있다.

그래서 옷을 만들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혹시,
누군가에게 이 옷이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단추 하나, 소매의 주름,
움직일 때의 실루엣,
부드러운 어깨선.


이 모든 요소들이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부드럽게 감싸주기를.


나는 누군가가
이 옷을 입는 날 아침,
그날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기분이 흐트러진 날,
스스로가 작아지는 날,
괜히 모든 게 거슬리는 날.


그런 날, 옷 한 벌이
마음을 다잡게 해 준다면
그건 디자이너로서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옷’ 일 수 있지만,
어떤 날엔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를.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나는 ‘옷을 만든다’는 말보다
‘하루를 돕는다’는 말이 더 좋아졌다.


누군가의 옷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에 닿고 싶은 마음.


입는 순간
정돈된 기분이 들고,
거울 앞에서
“그래, 오늘도 괜찮아”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옷.

내가 꿈꾸는 옷은 그런 옷이다.


옷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입는 사람이 특별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천을 고르고,
핏을 다듬고,
실루엣을 상상한다.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
내일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

그 마음을
누군가가 내 옷을 입으며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하루가,
그 다음 하루까지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바란다.


이 옷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지켜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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