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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포쎄, 조용한 용기의 마음 >

by 김예지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 문장이 또렷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Animus fortuna sequitur.
용기는 행운을 부른다.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선택들이 떠올랐다.


카페를 인수했던 스물넷의 여름.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겠다고 혼자 다짐했던 겨울.
모든 시작에는 ‘큰 확신’보다,
작은 용기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축약해
‘Anfose’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어쩌면 나조차도
그 말을 매일 되뇌어야 했기에,
브랜드의 이름으로 남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Anfose는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 브랜드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작고 단단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살다 보면
말이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사실 너무 떨려요.”
“나, 오늘은 괜찮지 않아요.”


그럴 때 우리는,
조용히 ‘옷’으로 말한다.


입는 태도,
실루엣,
단추를 채우는 손끝.

그 작은 동작 안에
스스로를 다잡는 감정이 담겨 있다.


Anfose는
그런 감정을 입히는 옷, 그런 마음을 보호해 주는 옷이 되고 싶었다.


핏이 잘 잡힌 트위드 원피스,
움직임을 부드럽게 따라오는 플리츠 원피스,
무겁지 않게 나를 감싸는 네이비 컬러.


그 어떤 디테일도
겉모습을 꾸미기 위함이 아니라,
내면을 정돈하기 위한 장치였다.


카페에서 배운 진심,
사람을 마주하는 감각,
하루를 정돈하는 리듬.


그 모든 것이 지금
Anfose라는 옷 안에 흐르고 있다.


이 브랜드는 결국,
나의 태도를 입힌 옷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지켜주는 옷이다.


나는 이 브랜드가
크고 유명한 브랜드가 되지 않더라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
망설임 없이 손이 가는 옷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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