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나는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매일 나를 먼저 만들고 있었다.
문을 여는 습관. 손님의 표정을 기억하려는 마음. 청소를 끝낸 뒤 커피를 내릴 때의 조용한 집중. 그 모든 시간이 브랜드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나를 단단하게 다듬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운영’이 전부인 줄 알았다. 매출, 메뉴, 재료, 콘셉트, 인테리어, 피드. 보이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말을 손님에게 건네야 할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지.
그런 마음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보다 더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정해지고, 내가 만든 공간의 공기를 내가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어느 날 옷의 형태로 떠올랐다.
단추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싶었고, 어깨선 하나에도 태도가 느껴지길 바랐다. 그건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지켜온 삶의 방식이 천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과정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알게 됐다. 브랜드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걸.
브랜드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나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문을 여는 태도, 하루를 살아내는 리듬, 사람을 대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에서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이름을 짓는 것도, 로고를 정하는 것도, 첫 샘플을 완성하는 것도 모두 어렵고 낯선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익숙한 감정들이 따라왔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브랜드를 마음속에서 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옷. 힘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정돈할 수 있는 옷.
그런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나 자신이 그런 위로를 가장 필요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랜드는 내가 단단해지는 만큼 조금씩 형태를 갖추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브랜드보다 먼저 나를 다듬고, 지키고, 성장시키는 중이다.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옷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말해주는 옷.
그게 지금의 안포쎄이고, 그게 지금의 나다.
나는 아직도 완벽하지 않고, 때론 흔들리고, 가끔은 무섭지만—
매일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옷을 만들고, 단추 하나를 고르며,
오늘도 이렇게 조용하게, 나를,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