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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느리지만 결국 도착한다〉

by 김예지

요즘은
빠르게 보이고,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다.


좋아요 수, 조회수, 클릭, 실시간 반응.
그게 지금 이 일이 잘 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사람들은 이런 방식의 진심을 알아채기나 할까?”


커피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내리는 것.
디자인에 작은 문장을 담는 것.
단추 위치를 한 번 더 고민하는 것.
공간 안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기 위해
30분 넘게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는 것.


사실 그런 것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한다.
그게 내 방식이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까.


진심은 언제나 느리게 움직인다.
소리 없이 다가가고,
반응 없이 지나가고,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 것들은
늘 그 느린 진심에서 나왔다.


한 번 와서 다시 돌아온 손님,
“이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해준 고객,
문득 “카페가 포근해요”라고 남긴 한마디.


그건 내가 계산할 수 없었던 결과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계속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작고 단단한 확신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느리게 일한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보다
오래 남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고,
눈에 띄는 말보다
속으로 오래 머무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게 느리고,
답답하고,
반응이 적을지라도
진심은 결국 도착한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보낸 마음이
누군가의 하루 어딘가에 스며들어
작은 숨 같은 위로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진심은 느리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한 번 닿으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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