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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Jun 25. 2023

아내와 연인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아내와 남편으로 만나기 이전 우리는 연인이었다.  

서로 사랑했고, 함께라면 끝까지 갈 수 있겠단 마음으로 결혼까지 왔다. 

아이가 태어났고 우리가 만들어낸 이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도 미루거나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남편과 내 사이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고 더 딥한 관계를 원하는 남편을 자주 물리치긴 했지만

 그때마저 남편과 나는 웃어넘겼다. 

연인이었던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았고 불만이 없었다.

 나에게 있어 성적취향이란 퍽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나는 남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을 때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남편의 지지 속에 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나도 원했고 남편도 내가 일을 계속하길 바랐다. 

눈뜨면 육아에 살림에 출근까지

  잠시 숨을 고르며 일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퇴근 후 저녁을 차려먹고 아이와 놀아주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서서 일하는 직업도 아닌데, 발 뒤꿈치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가보니 너무 동동거리며 걸어 다니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동동거리며 걸어 다닌다'  지금의 나를 이르는 말 같았다. 

어렵게 아이를 재우고 드디어 집안일을 마쳤다.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든다. 

 잠깐의 시간이 생겼지만 마음을 놓긴 이르다. 아이는 언제 다시 깨서 울지 모르니까.

잠시라도 느슨하게 몸을 누이고 싶다. 

쓰러지듯 소파에 몸을 기대면 안쓰러운 듯 남편의 손길이 다가온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는 남편의 손길이 따뜻하다고 느낄 때쯤 손은 멈추지 않고 내 가슴까지 내려와 있다. 

 

하지만 그 손길은 나로 하여금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한다.

나는 이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의 경지에 다다랐다. 너무 피곤할 뿐이었다.

 

할 수 있다면 그저 포근히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랐지만 그건 남편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럴 때면 짜증이 튀어나오기도, 이 분위기 그 분위기가 아닌 걸 모르나 싶어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남편은 내가 변해버렸다 생각했고, 나는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생각할 만큼 

잠자리를 지속해 나갈 마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영부영 그 밤들을 그렇게 흘러갔다. 

다시 아침이 밝으면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아침은 시작됐고 누워있을 수는 없다. 

전날 쌓인 그릇을 정리하고 운동가는 남편의 시간에 맞춰 녹즙을 건네고 아침을 챙겨준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남편이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하면서 아내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었지만 예전의 우리와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그 미묘한 느낌을 눈치챘지만 달리 달라지려 하지 않았다. 

덮친 격으로 남편과 각방까지 쓰게 됐다.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달라지면서 생활리듬이 달라져 남편에게도 따로 방을 내어주게 된 것이다. 

조금씩 멀어지던 사이는 자연스럽게 한걸음 더 멀어졌다. 


그냥 그렇게 부부가 다 그렇지 않나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어느 부부가 20대 애인들이 하듯 그렇게

잠자리를 즐기려나.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했다


가끔 모든 것에 지친 내가 투정을 부리면 지지 않고 남편이 맞섰다. 

사실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다.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게 상대방의 마음에 가닿지 않았던 것뿐이다. 

남편에게 나의 불만을 말할 때면 남편은 잠자리를 지속해주지 않는 것을 자신의 불만으로 표출했다. 

대화가 되질 않았다. 


나도 할 말은 있었다. 누가 보면 아예 우리 부부에게 밤이 없는 듯 보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매일이 아닐 뿐, 잠자리를 갖는다. 나도 원할 때가 있다. 다만 남편만큼 자주 원하지 않을 뿐

어쩔 때면 에너지가 남으니 이렇게 자주 원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만큼 나가서 일을 더 했으면 할 때도 있다. 

신혼 초 이 부분으로 싸움이 지속돼 나도 고치려 노력하고 남편도 맞추려 노력했다.

남들 부부는 어떤지,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묻고 지인들에게도 물어 우리 부부가 이상한 게 아님을 

알았으면서도 다시 싸울 때면 화제는 또  이 문제다. 


나는 다른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자기도 불만이 있다며. 다시 도도림표 


연인 때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사랑만 한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남편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나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 마음이 매번 몸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성격차이가 아니라 성적차이 가 문제라더니. 


한 번은 이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지금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며 화를 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그런 생각이 덜 드는 것 같다고.

그럴 때면 운동마니아인 남편은 운동을 권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생각할 수가 없던 때라

그럴 시간에 집에 가서 밥을 차리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런 상황에 있는 나를 이해해 달라고. 나는 지저분한 집을 보고도 모른척할 수가 없고, 맛있는 음식을 손수 차려 먹이고 싶고, 또다시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 키우고 싶지도 않다고.


네가 더 많은 걸 원한다면 차라리 나를 주부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럼 남는 시간과 체력으로 뭐든 해볼 테니 말이다. 


이건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말함으로써

남편의 기세를 꺾을 심산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남편은 파워 T 다운 답을 내놓았다. 


당신이 일을 그만두는 건 경제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고

아이를 다른 사람손에 맡기는 건 본인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가사도우미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ㅡ_ㅡ


셋 중에 하나라도 줄여주겠으니 본인에게도 시간을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나를 이해하며 공감하는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답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답을 원한게 아니었다. 어차피 이건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의 이해를 바랐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냥 모르는 척 넘기다간 남편과의  사이가 더 멀어질 것만 같았다.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는 서약을 지켜내야 하는 게 결혼생활이란 건 알았어도 한 사람과 지속적인 잠자리를 

계속~ 가져야 한다는 건 모르고 결혼했다.

혹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헛 걱정이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사랑할 마음의 여유 따윈 있지도 않다. 

내 집에 있는 내 남편을 사랑하는데 쓸 시간도 없는데 다른 사람이라니. 

괜한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다. 


내 남편 또한 나만 사랑하겠다는 서약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안다. 

아직 젊고 쌩쌩한 남편이 나를 보며 잠자리를 생각하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신혼 초엔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커 자꾸만 어긋났었다. 

그 사이 많은 시간이 지나

지금은 아이가 조금 컸고 남편의 의중을 헤아릴 만큼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아무리~~ 맞추려 해도 맞춰지지 않는 이 문제도 타협점이 보이려는 모양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남편 또한 우리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내가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그 외, 부정한 다른 이유가 없음을 정확히 알게 된 후부턴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지금은 서로를 이해해 가며 정상의 범주(?)에 있는 부부가 되었다. 

돌고 돌아 이런 평화가 찾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다.


시간은 역시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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