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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복 Mar 03. 2024

초가삼간

어두워질 때 삶은 빛난다


저녁 어스름이 담장 아래에서 낮게기어 마당을 건너와 마루 틈새를 타고 문틀 아래로 기어들어오기 시작하면 아내는 등잔을 당겨 불을 켰다.

저녁상이 등잔불 아래 놓이면 하루의 사연도 등잔불빛 사이로 떠오른다.

저녁상을 물리면 그의 초가집 불은 늘 다른 집보다 일찍 꺼지곤 했다.

둘이었을 때는 등잔 한 개도 남았다.

아이가 하나,

아이가 둘.

초가삼간은 아이가 자랄수록 비좁아진다.

아이들은 푸성귀 닮아서 빛을 먹고 자란다.

아이들의 소란함 속으로 등잔 불빛은 다 삼켜져 방은 늘 어두워졌다.

그는 등잔대 사이에 구멍을 하나를 더내고 어느 장날에 등잔 하나를 더 사와 매달았다.

아이들 표정이 환하다.


좁은 방구석까지 밀려난 어둠이 문지방을 설설 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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