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재건
나는 너무 되는대로 살고 있었다. 10회기의 상담을 다 채우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러고 사는 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숏츠 보느라 새벽에 잠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느라 부족한 수면시간, 영양소가 불균형한 식단, 도저히 관리할 방법을 모르겠는 스트레스, 운동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 이미 생활습관이 엉망인데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볼 여유가 있을 리가. 나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천천히 재건하며 고통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를 재건하는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육체적 재건
정신적 재건
거창하게 이름 붙였지만 별거 없다. ‘육체적 재건’은 잘 먹고 잘 자서 건강해지기, ‘정신적 재건’은 상담센터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생각과 감정을 헤아리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육체적 재건’을 위해 내가 한 건 아래와 같다.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하기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때 받았던 공통 질문은 “잠은 잘 주무세요?”였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내 수면시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출근을 위해 6시에 일어나 밤새 숏츠를 보다가 빠르면 새벽 1시, 보통은 새벽 2~3시에 잠드는 수면패턴을 갖고 있었다. 하루에 많으면 5시간, 적으면 3시간밖에 자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온몸이 무겁고 눈이 뻑뻑했던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늘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서 있었고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했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수면욕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파 검사를 했을 때도 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견이 있었어서 늦어도 꼭 10시 전에는 자기로 스스로와 약속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피로와 안구건조증이 훨씬 덜해졌고 예민하게 들쭉날쭉하던 감정기복이 현저히 덜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규칙적으로 건강한 식사하기
회사를 다니면서 건강한 끼니를 챙긴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은 출근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당연히 걸렀고, 점심은 회사동료들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바깥 음식으로 때웠으며, 저녁은 식비를 아끼기 위한 값싸고 영양가 없는 정크 푸드를 먹었다. 동료들과 회사 생활의 낙을 맛있는 디저트에서 찾다 보니 전에 없이 당과 밀가루 폭탄인 디저트들을 자주 먹었는데 그러고 나면 저녁에는 입맛이 없어 늦은 시간에 야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런 식습관이 몇 년씩 반복되자 먹는 양이 크게 는 것도 아닌데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몸에는 이유 모를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다. 장누수인가 싶을 정도로 하루에 화장실을 네다섯 번씩 가던 나는 마침 건강도 챙길 겸 식단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을 앓을 경우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혹시 나도? 하는 생각과 함께 조금이라도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엄청 빡세게 관리를 한 건 아니고, 일반식을 하면서 건강한 걸 조금 추가하고 덜 건강한 걸 걸 조금 덜어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아침에 유산균 먹기, 식이섬유 섭취하기, 식단은 한식 위주로, 디저트는 최대한 먹지 않기, 저녁은 퇴근하고 바로 먹기, 야식은 절대 먹지 않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루틴을 지킨 후부터 나는 더 이상 하루에 화장실을 네다섯 번씩 가거나 이유 모를 알레르기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몸에 이유 모를 불편함이 없어져서 그런지 컨디션 또한 훨씬 좋아진 건 두말하면 입 아픈 소식이다.
육체적 재건을 위해 내가 실천한 것들을 소개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정신적 재건을 위해 내가 노력한 것들에 대해 나열해 보겠다. 육체적 재건만큼이나 소소한 리스트들인데 매일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작은 것들이 쌓여 큰 도움이 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으니 믿고 실행해 보길 바란다.
(다음 장에 이어서)